소비 꽁꽁 올같은 설은 처음
재래시장 매출 작년 절반이하로 줄어
광우병 여파 한우·생선값 뛰며 더해
기업·가계 자금수요 4년만에 감소세
설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광우병 여파로 한우와 생선 값이 크게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가계의 설 현금 수요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재래시장에선 설 매출이 작년의 절반이하로 떨어졌다.
12일 한국은행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백화점의 설 선물 예약판매는 광우병 파동으로 정육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정육세트 예약판매가 지난해보다 최고 30%가량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선물세트 예약실적이 5~10% 가량 줄었다.
특히 올해는 광우병 사태로 수입 쇠고기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한우와 생선 값이 크게 올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월평균(0.3%)보다 크게 높은 0.7~0.8%에 달할 전망이어서 가뜩이나 위축된 가계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2일부터 신년 정기세일에 들어갔지만 매출이 지난해보다 10~16%가량 감소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재래시장은 백화점보다 더 추운 설을 맞고 있다. 국내 최대 건어물시장인 서울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에서 김소매업을 하는 강모(70)씨는 “30여년간 김장사를 해왔지만 올해와 같은 설경기는 처음”이라며 “멸치·굴비·김·곶감 등 판매가 작년 설의 반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조모(44)씨는 “매상이 지난해의 40%에 불과하다”며 “손님들이 기장 많이 찾아야 할 지난 주말에도 새벽부터 찾아온 손님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설특수 실종으로 재래시장 등 유통업체들은 설 상품 반입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제수용 등으로 많이 쓰이는 사과ㆍ감귤 등의 반입량이 예년의 25~43%에 불과했다.
이처럼 소비한파가 풀리지 않으면서 설 관련 현금수요도 작년(4조3,000억원)보다 감소한 4조원에 그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설 자금 수요는 외환 위기 이후 2000년의 3조300억원을 바닥으로 계속 증가하다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설 연휴가 주말과 이어지면서 사실상 5일간 휴무하는 사업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금 수요는 연휴기간이 3일에 불과했던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남대희 기자 dhnam@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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