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가 있다. 남자가 ‘태양의 신’ 아폴로고 여자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는 또 하나 ‘달의 여신’이 존재한다. 거인족 히페리온과 테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셀레네다.
학자들은 아르테미스가 달을 상징하는 존재였다면 셀레네는 달 자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 테이아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존재다. 지금 존재하는 달을 창조한 것이 실제로 테이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탄생 직후인 45억년 전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 크기의 소혹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이다. 이 바람에 지구 표면의 일부가 우주로 떨어져 나가고 이것이 결국 달이 된 것이다. 이 소혹성의 이름이 테이아다.
이들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유는 달의 구성 성분 때문이다. 지구와 거의 유사하지만 지구 내부 깊숙히 자리잡은 철등 무거운 금속은 적고 대부분 지구 표면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란 점은 동위원소 분석으로 확인된다. 동위원소란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수가 다른 원소로 이 원소간의 비율은 태양계 행성마다 다른데 달과 지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은 거의 같다.
타이타늄 동위원소는 달과 지구 비율이 100만분의 4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것이 우연일 가능성의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산소나 수소 같은 충돌시 기화되기 쉬운 원소가 달에 없는 것도 충돌설을 뒷받침한다.
지질학자들은 음파 탐지기를 통해 지구 내부에 이질적인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형 전단파 속도 지역’(LLSVP)이라 불리는 이 두 지역은 대륙 크기로 아프리카와 태평양 아래 묻혀 있는데 지구의 다른 지역과 구성 성분이 확연히 다르다. 이것이 테이아의 흔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테이아와 달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첫번째는 계절의 변화다. 지구에 사계가 존재하는 것은 지축이 공전면에 대해 직각에서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태양열을 많이 받는 부분과 적게 받는 부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이것이 계절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이것이 직각이었다면 적도 지역은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극지방은 엄청 추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래 직각이었던 지축이 기울어지게 된 것은 테이아와의 충돌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태어난 달도 지구 생명체에 이로운 역할을 해왔다. 우선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중력은 지구의 회전축이 팽이처럼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다. 달이 없었더라면 지구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이로 인해 극심한 기후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달은 또 밀물과 썰물 작용을 일으켜 바다가 보다 많은 산소를 흡수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풍부해진 산소는 해양 생물이 번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달의 중력은 지구의 회전 속도를 둔화시킨다. 전문가들은 달이 존재하기 전 지구의 하루는 3시간에서 6시간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이 달 덕분에 지금처럼 24시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3시간마다 밤낮이 바뀌는 세상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어두운 밤 길을 밝혀주고 철새들의 길잡이가 돼 주는 것은 덤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돌며 방패 역할을 해줘 지구는 수많은 소혹성과의 충돌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지구의 자기장 생성을 돕는다는 점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 외핵의 액화된 철을 회전시켜 지구 표면에 전자기장이 형성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 전자기장은 태양이 쏟아내는 소립자들인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로라는 자기장이 지구를 태양풍으로부터 지키는 모습이다. 자기장 방패가 없었더라면 지구의 대기는 모두 우주로 쓸려나가고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도 살 수 없게 됐을 것이다.
우주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유인 우주선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까지 달 주위를 돌고 지난 주 무사히 귀환했다. 이번 탐사는 장차 달 정착을 위한 전초 작업으로 달에는 중요한 핵융합 원료이지만 지구에는 귀한 헬륨 3등 값진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달은 장차 장거리 우주 탐사의 중간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달 탐사도 탐사지만 지금까지 달이 인류와 생명체를 위해 해 온 일만으로도 때로는 달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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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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