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님께서 이제는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세상에 비슷한 사람도 많다지만(그때 북한에 계실) 당신의 어머니(내 외할머님)를 닮은 분을 한번도 못봤다고 하시면서 비슷한 사람이라도 한번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시던 말씀이, 새삼스레 요새 가끔 머리에 떠오르면서 얼마나 보고 싶으시면 그러셨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내 고등학교때 친구 하나는 6.25휴전 전 국군이던 그의 형님이 전쟁중 실종되었다는 통지를 받은후, 휴전이 되고 전쟁이 끝났을 때 그 친구는 이따금씩 길가다 앞에 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형님과 비슷하게 느껴지면 갑자기 미친 듯이 내달아 달려나가 그 사람을 앞에서 슬쩍 확인해 보고는 낙담이 되곤하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도 몇 년이나 더 그렇게 계속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우리 월남인(또는 피난인)들도 실향한지 어언 50년! 대충이라도 그 언저리가 우리 고향 비슷한 곳을 정말 섭섭하게도 나는 한번도 만나보질 못하였다고 털어 놓을 수밖에 없다. 정들면 고향이라는 유행가 가사는 있지만 명승지, 해수욕장..... 남한천지, 어디를 다녀봐도 어려서 내가 자란 우리 고향만한 곳이 없는 것같고, 그리고 날이 갈수록 고향에 대한 사무친 정만 더해가니 행여 통일의 날이 가까워 옴인가! 그 날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간절히 염원하게만 되면서 오롯이 고향만 이렇게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생각나는 고향 이름들, 상돌뫼, 흘리꼴, 두무나루, 달래끼미, ..., 그 이름들이 또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중략)
나는 또 하나, 고향의 추억에서 도깨비불의 기억을 지울수가 없다.
해방되기 1년전쯤 전 정초 때라 생각되는데 방학에 해주와 재령에서 내려온 형님, 육촌 형님, 그리고 형님친구들 속에 나도 끼어 예닐곱 사람이서 벌몰(제갈재와 샛골 또는 판서동과의 중간)에 사시는 우리 고모님댁엘 가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유성기를 빌려들고 밤10시쯤 나와 우리 동리로 출발했는데 눈이 많이와서 온 지정이 환하고 하늘은 맑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벌몰을 벗어나 조금 더 오니 우리 동리가 칠팔백미터 앞에 빤히 보이는 하늘에 도깨비불이 몇줄기로 왔다갔다 하는게 보이지 않는가... 낭끝 우리집에서 100미터쯤 앞 동구밖 홀리꼴 저수지에서 흐르는 시냇물 노깡 근처에 있는 나무들 밑쯤에서 발원하여 흘리꼴 있는 쪽 하늘에 몇 갈래로 빨리 죽죽 왔다갔다(150미터-200미터 거리)하고 광속줄기(빛발)가 길게 옆으로 늘어졌다(옆으로 흘렸다), 끊어져 서로 반대로 흐르다 다시와 서로 맞붙었다 하기도 하고, 그런데 대개의 빛발이 흘리꼴 입구 왼쪽 외딴집, 안에 불이 켜져 문이 환히 보이는데 그 문에 일단 붙었다가는 금방 떨어져 쏜살같이 다시 하늘로 흘러서 발원된 곳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중략)
북한은 여전히 세계 유일하게 너무도 고약한 통치를 하고 있으니까(시종일관 숨막히는 의.식.주의 배급제, 통행.여행.이주의 철저한 통제, 방송청취 채널의 고정등)그러한 체제가 결코 더 이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 너무나 확실한데, 앞으로 5년 내외에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서 하고싶은 여러 가지 잡다한 정겨운 바람이 나라고 없을 순 없다.(중략)
구자현
황해도 옹진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졸업/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담당 장학관 역임/서울 영동중학교장 역임/1999년 하와이 이민/ 하와이 한인
문학동인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