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척도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간단한 진단 방법중의 하나가 토론과 대화를 가늠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짚어보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나누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문제 제기 인식부터 해결 능력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판이라는 논리적 요소가 개입되면서 때론 지루해 보이는 논쟁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산고이며 이를 수용 해결하는 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끔 비판과 비난, 그리고 비방의 경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헤매는 이들을 볼 때가 있다.
비판과 비난, 비방에 대한 사전적 의미의 구별 이전에 비판과 비난의 공통점은 진리를 향한 추구라 할 수 있다.
비판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분별적인 성격이 강하고 비난은 잘못에 대한 도덕적인 일갈의 성격이 진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존중일 것이다.
이러한 요소가 없다면 그것은 단지 비방으로 전락하고 만다. 비방은 정당한 이유나 뚜렷한 근거없이 상대방을 헐뜯거나 또는 자신의 사리사욕이나 잘못을 호도 은폐하기 위해 사용되는 손쉬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요며칠(본보 23일자 신문배달을 전후해) 비판과 비난, 그리고 비방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야기는 요란스럽게 울리는 전화벨소리로 시작된다. 전화통을 달구며 전달된 그분들의 불만은 잘 치룬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를 왜 그리도 비난하냐는 것이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분들의 비판과 비난이 없으면 동포언론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것이기에 다시한번 애정 어린 충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비판과 지적을 당부한다.
반면에 참을 수 없는 허탈감도 있다. 비판과 비난이라는 직접적인 토론과 대화의 절차를 거부하고 남을 통한 간접적인 비방이나 엉뚱한 곳에다 분풀이 하는 행태이다.
그만큼 자신의 파워가 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인지 아니면 비방을 하자니 얼굴을 가려야 되기 때문인지 도무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언론의 역할은 공정한 보도를 통해 사회 공기(公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공기로서의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비판기능이다.
물론 비판에는 책임감이 따르고 대안 제시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 부른다. 그만큼 언론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부끄러운 별칭이다.
언론은 권력을 소유하여 민초들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민초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그들과 상생해야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언론이 제기능을 못하면 사회는 경직되고 매도된다. 그러므로 언론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냉철한 자기 반성속에서 매일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독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이 요구되며 언론도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도량을 갖추어야 한다.
비판과 비난을 할 수 없는 입을 가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비판과 비난, 비방을 구별할 수 없는 귀를 가진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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