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서 춘천 가는 기차는 마치 수학여행을 떠날 때처럼 가슴 설레게 한다. 하루도 견디기 어려운 서울 강남의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빠져 나오는 해방감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강과 산을 끼고 달리는 열차와 그 속에 타고 가는 사람 구경 또 옛날과 다름없이 음료수와 과자 팔러 다니는 승무원들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또 심심지 않게 섰다 가는 시골 정거장과 조그만 동네를 보는 재미는 퍽 로맨틱하다고 느껴진다.
춘천은 깨끗하고 멋이 있는 곳이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조그만 군사용 비행기 활주로였다. 거대한 청평호수도 볼만했으나 무엇보다 막국수와 도토리묵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그 맛과 인심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시내버스로 20분만 가면 강촌이란 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강촌 스키장이 있다. 꾀 넓은 산간지역을 개발하여 여러 개의 스키 슬로프를 건설해 놓았으나 초보자만 즐길 수 있는 완만한 슬로프였고 눈은 모두 인조 눈이었다.
잠실역에서 구리시를 지나 동쪽으로 가면 남양주시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 가면 서울 리조트란 스키장이 있다. 좌석버스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나그네에게 차 태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곳 역시 인조눈이다. 두개의 코스가 있는데 한곳은 너무 완만하고 다른 한곳은 경사가 급한 코스였다. 밤 10시 마지막 리프트를 알려주는 올드 랭 사인의 구슬픈 음악소리는 추위와 스키로 지친 몸을 즐겁게 해주고 또 걸어서 내려와 논밭을 건너 한참가야 버스 서는 곳에 닿는다.
새벽 5시 강남 역에서 관광 버스를 타고 용평으로 갔다. 눈도 높은 곳은 부드러운 천연 눈이었지만 6인승 곤돌라 한번 타려고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강원대학 체육과 학생들이 많았고 스키 실력도 대단했다. 한번 친선 시합해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나지 않았다.
스키장으로는 유타만한 곳은 세계에서 없다. 눈 상태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 가루와 같고 그 밑에 겹겹이 얼어붙은 눈들 때문에 속도도 나고 커브도 잘 틀린다.
눈은 즐겁다. 더욱이 1만피트가 넘는 높은 산 위로 밤중에 오르는 리프트를 타고 쳐다보는 밤하늘 금방 쏟아질듯 하늘 가득한 별들을 쳐다보는 심정 그러다 뛰어 내리자마자 초음속으로 달리는 스키어의 기쁨은 딛고 있는 눈만이 알 것이다.
정석화/스키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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