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뭔가 허전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잭슨이 법정에 출두하는 날, 그의 모습이 전국 뉴스채널에서 경쟁적으로 다루어졌다.
잭슨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서 스타답게 나타났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까만 우산을 받쳐들고 있었다.
얼굴을 백인처럼 하얗게 만드는 표백수술을 몇 번이나 했기 때문에 햇볕에 직접 노출되면 피부에 문제가 있어서 우산을 받쳐든 것이라고 한다.
그의 주변에는 구름처럼 팬들이 모여 있었다.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으러 출두하는 잭슨을 응원하러 천리를 마다 않고 그렇게 모인 것이다.
거 참, 스타는 스타네.... 법정 출두하는데 저리들 난리니... 이런 생각으로 화면을 지켜보다가 발견한 것은 그곳에 모인 그의 팬들이 대부분 흑인이란 사실이었다.
잭슨은 인종에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이 있지만, 아마 TV 화면을 유심히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날 모인 상당수의 열렬한 잭슨 팬들이 대부분 흑인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잭슨의 얼굴은 순수한 흑인의 얼굴이 아니었다. 백인이 되려다 실패한 흑인의 얼굴 쯤이라고나 할까. 잭슨은 백인처럼 되고싶어 수차례 수술까지 했지만 어려움에 처했을 때 힘이 되어주려는 진정한 팬들은 흑인들인 것이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열렬히 지지해주는 동족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을까.
잭슨의 법정출두 장면을 보면서 나는 불현듯 미셸 위가 생각났다.
하와이 출신의 한국계 천재 소녀골프선수. 그녀는 아마추어 선수이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타이거 우즈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추어이기에 아직 돈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고, 다른 행동거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그래서겠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얼마 전 소니오픈 대회때 그녀가 보여준 행동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한국 신문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대회공식 기자회견 이외에는 짧은 인터뷰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냥 한 두마디 그날의 컨디션만 말해주어도 그 기자는 만족했을 텐데...
혹시 그녀가 뿌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잭슨이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흑인 커뮤니티였다. 위선수가 잘 할 때나 잘못할 때나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줄 곳은 한인 커뮤니티란 사실을 어린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보호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용우 보도부 차장
라디오 서울 AM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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