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지도에 1백명씩 몰려
노인들 “인생이 즐거워졌어요”
“노래는 감정입니다. 자, 배에 힘을 주고 입은 크게 벌리며 분위기 살려서 하나∼둘∼셋, 넷.”
지난 23일 오후 폴스처치의 북버지니아 한인 노인회관에서는 노인들의 가요 수업이 한창이었다.
가사 한 소절씩 시범을 보이며 리듬을 맞춰주는 양인석씨(워싱턴 대중가요학원장)의 지휘에 따라 한 할머니가 이미자의‘황혼의 블루스’를 멋드러지게 부르기 시작했다.
“황혼이 질 때면, 생각나는 그 사람~ 가슴깊이 맺힌 슬픔 영원토록 잊을 수 없는데…”
흥이 고조되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어 라인댄스 강습이 시작되자 모두 플로어로 나와 마카레나 노래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돌려댔다.
기껏 바둑이나 장기판으로 소일하며 늙은이 냄새나 피운다던 노인회관이 젊어진 건 지난해 8월부터.
조삼래 노인회장이 앞장서 매주 월요일 1시-3시까지 가요 및 댄스 교실을 열면서 실버세대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됐다. 그동안 노래 2시간에 건전 사교춤을 1시간 동안 무료로 가르치면서 매번 70-100명의 노인 수강생들이 찾는 등 열기를 더해왔다.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60대-70대. 할머니들이 80%로 할아버지들은 구석자리 차지다.
버크에 거주하는 백숙자씨(61)는 “집에서 갑갑하게 갇혀만 있다 여기 나와 노래와 춤을 배우니 생활이 신나고 마음이 젊어졌다”고 말했다.
비엔나에 사는 이정완씨(65)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노인네 주책으로 비칠까 망설였다”며 “여기서 지금껏 엉터리로 노래해 왔음을 깨우쳤으며 신나는 음악에 몸을 흔들다보면 새삼 기운이 솟는 것을 느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1-2시까지 진행되는 가요교실은 흘러간 가요와 ‘다함께 차차차’ 같은 신식가요를 망라해 가르친다.
강사인 양인석씨의 지도 아래 음정과 리듬 조절, 박자 맞추기, 가사 소화, 감정 이입등 음치 탈출법과 노래 제대로 하는 비결을 전수 받는다.
춤은 요즘은 라인 댄스를 강습중이다. 라인댄스는‘춤치’라도 쉽게 동작을 익힐 수 있는데다 단체로 출 수 있어 노인들에 인기다.
3월 중순부터는 중국인 강사를 초빙해 블루스, 트로트, 살사, 탱고 같은 사교춤을 정식 강습할 계획이다.
조삼래 회장은“근엄한 할아버지들도 이 시간만큼은 체면 따지지 않고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귀띔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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