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는 비싼 댐이 있다. 높이 80m, 길이 410m로 최대 4억9,000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화천 주민들이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홍수걱정을 안하는 것은 이 고마운 댐 덕분이다. 하지만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홍수 때를 제외하고는 댐은 항상 비어있다고 한다.
왜 그렇게 큰 댐을 지었을까.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그 댐을 짓기 위해 80년대 말 한국에서는 전국민이 성금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댐, 바로 ‘평화의 댐’이다.
1986년 10월30일 전두환 정부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북한이 200억톤의 담수용량을 가진 금강산댐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를 수공(水攻)에 이용할 경우 10여 시간만에 수도권은 완전히 물 속에 잠기고 만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발표에 매스컴들은 앞다투어 가상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금강산댐이 터질 경우 어떻게 물이 시시각각 남한 땅을 덮칠 지를 친절하게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63빌딩 중턱까지는 물이 차 오른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여론이 들끓고, 각 언론사들이 주축이 돼 국민모금운동이 펼쳐졌다. 그래서 1987년 2월말 착공에 들어가 대응댐으로 만들어 진 것이 평화의 댐이다.
하지만 댐을 둘러싸고 ‘수공(水攻) 조작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감사로 조작설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전 정권이 뒤숭숭한 정국 전환용으로 수공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결론이다. ‘안보’만 거론하면 지레 주눅이 들 던 것이 수십년 군사정권 시절 우리의 경험이다.
미국에서도 냉전시대에는 ‘안보 카드’가 종종 마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964년 대선전에서 민주당의 린든 B. 존슨이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를 겨냥해 내놓은 TV 광고.
어린 소녀가 평화롭게 놀고 있는데 그 뒤 배경으로 갑자기 핵폭발을 연상시키는 버섯구름이 덮치는 장면이었다. 골드워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핵전쟁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유권자들에게 교묘하게 심어주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를 상기시키는 정치 광고를 내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테러리즘 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존 케리는 불안하다는 내용이다. ‘안보’가 다시 미국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이슈가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테러 불안 못지 않게 큰 게 있다. 경제에 대한 불안이다. ‘안보’가 부시에게 백악관을 한번 더 선사할 지, ‘경제’가 부시를 내몰지, 시간만이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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