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SBS 드라마 ‘장길산’의 제작발표회는 술 취한 주인공 유오성(38)의 ‘원맨쇼’를 구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였다.
“새벽 3시까지 형, 동생 하는 영화제작자와 술을 마셨다”고 당당히 밝힌 그는 책임PD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청률이 높을지는 지켜봐야겠다”고 하자 “처음부터 기를 꺾지 말라”고 반박했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만했다.
그러나 유오성의 ‘취중 발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가 이희우씨의 발언 도중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고, 장형일 PD의 만류도 별 소용 없었다. 덕분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대낮에 ‘취중 인터뷰’를 하는 진기한 경험을 해야 했다.
유오성은 전 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기자회견 중에도 고량주를 음료수 컵으로 두 잔이나 벌컥벌컥 마셔댔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자신의 주량을 자랑하기라도 하려는 듯 술을 더 달라고 주문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SBS 관계자들 중 누구도 술에 취해 제작발표회를 망친 그를 말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톱스타 A씨는 드라마 방영 전 몇몇 신문들과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괴이한 조건’을 내세워 빈축을 샀다. 드라마 알리기와 개인사업 홍보가 주객전도 된 꼴이었지만, 방송사는 속수무책이었다.
드라마의 스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일부 연기자의 ‘안하무인(眼下無人)’ 행태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는 애써 잡은 스타급 연기자를 행여 놓칠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기 일쑤다. 작품성보다는 스타의 이름에 기대어 시청률을 높이려는 ‘잘못된’ 선택이 스타들의 몸값과 함께 콧대를 지나치게 높여놓은 결과다.
2일 ‘장길산’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 SBS의 한 간부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는 유오성이 치고 욕은 SBS가 먹게 됐다”며 “제발 좀 봐달라”고 사정했다. ‘자업자득’ 아닌가!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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