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사시사철 푸르른 하와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식수행사가 팔리에 위치한 총영사관 앞뜰에서 있었다.
이날 식수행사는 본국의 식목일을 맞아 한국인 하와이 무비자 추진운동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열렸다. 식수행사에 참석한 한인들은 1미터 남짓한 크기의 조그마한 소나무를 심으며 어린 소나무가 감당하기에 벅차 보이는 커다란 염원도 함께 심는듯 했다.
한편 이보다 조금 앞선 시각, 다운타운에 있는 주의사당 주하원 소위에서는 한국인 하와이 무비자 추진 결의안 상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무추위 관계자들은 한국인 하와이 무비자 추진에 대한 당위성을 의원들 앞에서 역설했다.
이로서 무비자 문제는 한인사회를 벗어나 주류사회의 화두로 점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되었다.
결과가 어찌되던 간에 2004년 4월 5일은 하와이 무비자 운동사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날로 새겨질 것이다.
이처럼 하와이 한인사회가 무비자 추진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화창한 4월의 봄날을 만끽하고 있을 때 미국과 중국은 때아닌 비자문제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인 입국자들의 지문을 채취키로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도 일부 미국인들의 도착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의 비자정책에 반기를 든 나라가 비단 중국만은 아니었다.
브라질은 이미 상파울루 공항을 통해 자국에 입국하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지문 채취와 사진 촬영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몇몇 나라들은 소극적인 자세였지만 미국의 조치에 대해 조심스럽게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앞에서 이들 나라의 제스처는 약소국의 서러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중국과 브라질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비중이 다르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곧바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 되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항상 강대국이었다. 근대들어 서구열강으로 인해 한때 쇠락의 길도 걸었지만 언제부턴가 중국은 세계의 중심국으로 다시 부상하였고 구소련체제가 붕괴된 지금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다. 중(中)은 중심, 화(華)는 문화라는 뜻으로 중국이 세계의 중심 또는 문화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자존심과 자부심인가.
또한 중국은 인구가 13억으로 세계 1위, 국토면적은 한반도 보다 44배가 큰 960만㎢으로 세계 3위이다.
게다가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 중 하나이다. 실로 강대국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과 자격을 가진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이번 미국과 중국의 비자전쟁은 국제질서의 헤게모니를 위한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다.
일개 개인에게도 자존심은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하물며 민족, 국가차원에서 언급되는 자존심은 곧 국가의 존재이유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양국간의 비자전쟁을 지켜보며 당찬 중국의 저력에 묘한 통쾌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거울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은 왜 이리 왜소해 보이는지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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