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게는 가주외환은행(CKB)으로 더 잘 알려진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퍼시픽 유니온 은행의 전신인 가주외환은행(California Korea Bank)은 지난 1974년 정원훈 당시 한국외환은행(KEB) 전무가 자본금 300만달러로 설립했고 2000년 박광순 행장 재임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으로 명칭을 바꿨으며 2003년 현운석 행장 재임시 자산 1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한미은행에 매각되면서 오는 30일, 30년만에 은행 간판을 내리게 됐다.
지난해 10월 한국외환은행이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되면서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의 지주회사가 됨에 따라 미 현지법인 PUB도 매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PUB는 지난 30년 동안 남가주 한인사회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성장해 온 은행이다.
PUB 임직원들의 심정은 현재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지난 1998년 3·4분기 자산기준, 한미은행에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24년 동안 한인사회의 독보적인 은행으로 우뚝 서 왔지만 30년만에 결국 사라지는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PUB는 그동안 한인 금융계의 은행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 정원훈 초대 행장, 4대 김종일 행장, 7대 박광순 행장 등이 퇴임 후 한미, 중앙, 새한, 아시아나 은행 등의 행장으로 일했으며 육증훈 전 한미은행장, 김선홍 중앙은행장, 김주학 새한은행장 등도 PUB의 지점장을 지냈고 한인금융계의 무수한 인재들이 PUB를 거쳐갔다.
LA 최초의 한인은행으로 한인금융계는 물론 한인경제 발전에 큰 공을 세운 PUB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것은 직원들뿐만이 아니다. 고객들도 어떻게 가주외환은행이 없어질 수 있느냐고 못내 안타까워한다고 한다. 이민 초창기에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 이 은행의 도움을 받은 올드타이머 고객일수록 이런 안타까움은 더하다.
또한 한국과의 비즈니스 거래와 송금 등이 편리해 PUB 구좌를 한번쯤은 열어본 경험이 있는 상당수의 한인 고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4월 당시 현운석 행장은 로컬에서 현지 행장을 뽑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진했지만 한국외환은행의 매각이란 복병을 만나 결국 로컬 행장 인선작업을 마무리짓지도 못하고 은행은 사라지게 됐다. 사실 PUB는 한국외환은행에서 퇴임한 임원이 3년 안팎으로 행장을 지내는 인사관행 때문에 현지사정에 어두워 LA 한인 로컬은행의 발전 속도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인 금융계에서는 만약 PUB가 원래 계획대로 로컬 행장을 선출하고 현지화에 박차를 가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체제를 재정비하면서 한미, 나라은행 등과 치열한 선두다툼 경쟁을 벌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PUB 박진곤 이사회 의장이 마지막 주총에서 남긴 인사말은 역설적으로 한인사회의 ‘PUB 사랑’이 구절구절 배여 있다.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PUB는 사라집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단지 PUB라는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총자산 30억달러의 대형 한미은행으로 우리 PUB는 거듭나는 것입니다. PUB, CKB를 기억하고 사랑하고 애틋해 하는 고객 여러분과 임직원 여러분의 가슴속에 우리 PUB는 영원할 것입니다”
박흥률 경제 부장대우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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