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러나가는 일은 복되다』 중견작가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이다. 자전거의 유래를 정확하게 따져보기는 어렵다. 1790년경 프랑스에서 두개의 바퀴를 전후에 배열한 최초의 자전거 모양이 고안되었으나 자전거라 불리울 수 있는 것이 제작된 것은 1818년으로 보고있다.
한국에 자전거가 처음 들어온 것은 개화기인 1896년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2년 후인 1898년에 윤치호가 하와이로부터 통타이어를 사용한 자전거를 들여왔다고 한다. 그후 자전거는 보편화 되었고 그 용도도 교통수단이나 운반수단을 뛰어넘어 여가 선용으로까지 사용되어지고 있다.
‘자전거 여행’에서 작가는 풍륜(風輪)이라고 이름 지은 자전거를 타고 둘러 본 조국 산천의 풍경을 특유의 서정어린 주옥같은 글로 형상화했다. 분명 50대가 감내하기에는 육체적으로 힘든 여행이었을텐데 말이다.
공자는 나이 50이면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지천명에 바라본 세상이 그토록 아름답고 풍요로왔을까. 책을 읽을 때마다 그리운 고향산천의 산마루, 바닷가 한 귀퉁이를 작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고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 속에 빠져들곤 했다.
어릴 적 세발자전거를 기억한다. 조그만 두 발로 패달을 힘차게 밟으면 그 당시 내 세상의 전부인 동네 골목 이곳저곳을 수없이 휘젓고 다니게 해주었던 세발자전거. 자전거로 섭렵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세상이지만 단 한장 남은 빛바랜 흑백 사진속의 세발자전거는 여전히 패달속에 세상을 품고 있다.
김훈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느낀 감성을 직업적 부산물인 글로 승화시켰다면 이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인물이 하와이를 방문했다.
자전거와 여행, 바다가 좋아 삼박자 모두를 갖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차백성씨가 바로 그 주인공.
차씨는 대우그룹 중역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현재는 자전거 여행가라는 이색 직함을 갖고 있는 50대로 이른바 기성세대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이미 미서부 종주와 뉴질랜드 종주를 끝마쳤다. 또한 일본의 4개 주요섬 중 2개섬을 자전거로 여행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차씨의 자전거 여행은 테마가 있다. 뉴질랜드 여행때는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자연보호 노력을 배우자는 취지로 자연을 테마로 하였다. 일본과 이번 하와이 여행의 테마는 역사이다.
차씨는 이번 하와이 여행을 통해 미주이민의 본향인 하와이에 산재해 있는 이민선조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구석구석 더듬어 보는 것을 여행목적으로 삼았다. 아울러 와이키키의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하와이 소시민들의 일상을 접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지천명인 50대의 나이에 서로 다른 사연을 갖고 힘차게 패달을 밟은 자전거 여행객, 김훈과 차백성.
그들의 열정어린 삶을 지켜보며 한번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또한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진취적인 사고와 행동을 바라보며 세대를 가늠하는 경계는 결코 나이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자전거 여행의 가장 커다란 후원자인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갈 차씨의 입에서 하와이 한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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