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준 <변호사·애난데일, VA>
아침 산책을 나선다.
문을 여는 순간, 하늘 틈새로 삐져 나온 듯한 잡음 소리가 메아리친다. 처음엔 하늘의 스피커가 고장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17년만에 부활한 그 매미의 울음소리. 17년 동안의 한이라도 푸는 듯이 그리고 겨우 며칠 사는 것이 서러워서 매미는 그렇게 울어대는가 보다.
산책을 하노라니 길거리와 나무, 그리고 전봇대는 온통 매미가 전세 놓은 것 같다.
깔려 죽은 매미, 날개 짓 하는 매미, 교미하는 매미, 그리고 잠자는 매미 등.
낮이나 밤이나, 들리는 것도 매미요, 보이는 것도 매미요, 그리고 냄새 나는 것도 매미다. 정치 1번지인 워싱턴이 매미 1번지인지 모를 정도로 수백만의 매미가 워싱턴을 덮었다.
매미가 운다. 아니, 매미가 합창한다. 17년만에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한국인도 한번 울어 보라는 신호탄인가. 아니면 17년 뒤에 있을 한국인의 합창의 서곡인가.
매미의 울음소리 속에서 17년 뒤에 워싱턴 D.C. 광장을 꽉 메운 수백만 한국인의 합창 소리를 미리 들어본다.
찢어진 반도, 나눠진 지역, 분열된 마음을 내려놓고, 매미와 함께 어우러져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한국인의 한 목소리를 미리 들어본다.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준다 했듯이 젖과 꿀이 흐르는 미국 땅에서 젖 한번 더 빠는 한국인의 숨소리를 미리 들어본다.
산책을 마치고 문을 닫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느다란 매미의 합창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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