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최고의 학습 효과를 기대하세요”“2005 새 SAT - 확실하게 알고 철저히 준비하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원 광고가 신문에 줄을 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가주에서 대입 준비 학원은 몇 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이름도 생소한 학원들이 지역마다 자리를 잡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늘어난 학원 숫자, 학원 광고의 빈도에 비례해 심해지는 것이 있다. 동년배 압박감이다. 정확히 말하면 동년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압박감이다. 아이들은 무감각한데 부모들, 주로 엄마들이 넘어서야 할 ‘학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쉽지 않고, 안 보내자니 내 아이만 뒤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5학년, 11학년의 남매를 둔 신문사의 한 동료 여직원도 요즘 ‘학원 문제’로 고민 중이다. 아들은 SAT 점수를 높여야 하고, 딸은 하루 종일 혼자 있게 할 수가 없어서 남매를 모두 학원에 보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첫째 재정적 어려움. SAT 준비반 8주 코스 비용이 1,800~2,000 달러, 초등학생 종일반 프로그램은 한달에 600달러 수준. 여름방학 2달이면 학원비만 3000달러가 넘는다.
둘째는 아이의 비협조적인 태도.
“웬만한 대학에 가려면 지금 성적으로는 어려워요. 그런데도 (아들은) 학원에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요”
그 비싼 돈 들여서, 싫다는 아이 등 떠밀면서까지 자녀를 학원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학원들이 선전하는 성공 사례들, SAT 1500~1600점 받았다는 학생들 명단을 보면 ‘우리 아이도 혹시’하는 기대를 접을 수가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를 낮은 성적의 원인으로 진단하는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학원 공부가 도움이 안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의 의견 이다.
“집에서 혼자 스스로 공부 할 것을 찾아서 하는 아이들은 특별한 아이들입니다. 전체의 10% 될까 말까 하지요. 그 외의 보통 아이들은 누군가의 지도를 필요로 합니다”
대학 입학 경쟁이 해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새 SAT 에서 영어의 비중이 배로 늘어나 한인 학생들에게 불리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학원 공부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하지만 객관적 필요성과 실제 효과는 별개이다. 학원비 수천 달러의 효과는 케이스마다 다르다. 우선 학원 공부로 효과를 보았다는 케이스는 대개 두 가지 경우이다.
첫째는 회개형. 아이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뒤늦게 학원에라도 가겠다고 자청하는 경우이다. 빚을 내어서라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할 케이스이다. 둘째는 착실형. 워낙 성실하고 부모의 말에 순종적이어서 학원에 보내면 기본적인 공부는 한다.
밸리에 사는 한 11학년 여학생의 관찰에 의하면 이렇게 자발적으로 학원에 가는 학생의 비율은 한반에 15명이면 서너명 정도이다. 나머지는 모두 부모의 강요로 몸은 학원에 있지만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이제 졸업을 앞둔 아들을 지난여름 SAT학원에 보낸 LA의 한 주부도 동의한다.
“방학 내내 컴퓨터 게임만 할 것 같아서 (아들을) 학원에 보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강제로 보낸 것이었어요. 숙제는 당일 아침에 대충 해가고, 수업 중에는 엎드려서 자고 … 결과적으로 돈만 날렸어요”
언젠가 한 유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 듣기 연습을 하느라 틈만 나면 미국 방송을 들었어요. 들어도 잘 못 알아 듣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방송이 나와도 귓전으로 흘리게 되더군요. 그게 습관이 되니까 나중에는 한국어 방송이 나와도 듣지를 않고 흘려버리게 되었어요”
공부도 습관이다. 강의를 귓전으로 흘려 버리는 게 습관이 되면 몇 시간을 강의실에 앉아 있어도 머리에 남는 것은 없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모가 고민을 할 일이 아니다. “학원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가 고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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