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일장기 대신 태극기가 뒤덮고 있는 이변이 연출되고 있다.
한국에서 개봉 39일만에 1000만명 돌파라는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며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호평속에 일본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 민족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지만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전쟁인 1950년의 6.25전쟁을 시대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잔혹함과 이데올로기의 모순에 휘말리는 형재애를 다룬 작품이다.
6.25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영화라는 상품으로 포장되어 이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으니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예술의 위력을 새삼 실감해 본다.
지난 6월 25일, 이곳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에서는 6.25전쟁 발발 제54주년 전몰장병 추도식이 거행되었다.
한미동맹 51주년이기도 한 올해의 이번 행사는 예년과는 달리 한국정부와 주정부의 직접적인 후원없이 처음으로 비영리 참전단체들의 자체적인 준비와 주도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행사 자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행사는 성공리에 끝났다. 더욱이 이번 행사에서는 펀치볼 국립묘지에서 그 유례가 흔치 않았던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입장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줘 행사장에 참석한 한인들에게 벅찬 감동과 함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새겨보는 계기를 갖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 태극기는 한민족을 한데 끌어모으는 신비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태극기는 바라만 보아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가슴 벅찬 대상이다.
이는 가까에서 자주 볼 때는 그 가치의 중요성을 미처 몰랐는데 멀리 떨어져 있으며 가끔씩 보게 되니 비로소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어리석은 인간사의 한 속성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해외에서 태극기는 쳐다만 보아도 가슴이 찡한 그리운 조국의 상징인 것만은 두말할 나위없는 사실이다.
이런 감동을 최근 진주만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6월 26일 림팩 훈련차 하와이에 입항하는 최신예 수상함 충무공 이순신함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진주만에 모습을 나타냈을때 그 감격은 실로 남달랐다.
다른 우방국의 수상함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위풍당당한 조국의 해군력과 활기넘치는 젊은 해군 장병들에게서 느껴지는 조국의 밝은 미래가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충무공 이순신함을 바라보며 허름한 외국배에 몸을 의지한 채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인고의 뱃길 여행을 감내했을 100년전의 우리 이민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몸을 가누며 두려움과 기대에 찬 떨리는 눈망울로 갑판에 서서 낯선 이국의 부두가를 내려다 보았을 이민선조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민선조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대가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하와이에 도착하는 한국 해군들을 즐겁고 기쁜 동포애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이민2세기의 원년이다.
새로운 100년이 흘러 하와이를 찾을 후손들에게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자문해 보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가슴속 깊이 새겨본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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