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正體性). 요즈음 한국을 어수선하게 하게 만들고 있는 문제의 단어이다.
지난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포문으로 시작된 이번 국가 정체성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여야가 서로 사생결단식으로 충돌하면서 따분하고 지루한 장기전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난데없는 국가 정체성 논란 공방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정치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정치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소모적 정치대결이란 점을 국민들이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의 참된 모습’이란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아이덴티티(Identity)”이다.
사실 나 자신과 정체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를 위해 수행과 정진으로 한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일개 개인에게도 정체성이 중요한데 하물며 한 나라의 정체성을 운운해 무엇하겠는가.
국가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정체성을 바로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정파간, 계층간의 치열한 투쟁과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며 때론 갈등과 고통의 아픔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이번에 일고 있는 한국의 국가 정체성 논란은 국가의 발전을 위한 참다운 논쟁이 아닌 정쟁이라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체성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정체(停滯)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4일 한국의 외교통상부가 펴낸 ‘2004년도 세계각국편람’에 따르면 2003년 7월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2001년에 비해 7.48% 늘어난 6백7만6천783명으로 집계되었다.
세계화, 국제화의 물결속에 해외로 진출하는 한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역적, 태생적 기반을 벗어나 점차 외연이 확대됨에 따라 한민족이라는 개념도 재해석되고 재정리 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미비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자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된 민족적 특성들로 인해 어느 한 개인이 어느 특정 민족집단에 느끼는 소속감’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민족의 정체성을 통해 한 개인이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불리울 만큼 다민족, 다인종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뿌리교육인 한글교육의 강화, 한국전통문화의 계승 등 여러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바로 선거 참여이다.
올해는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많은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선거참여는 미국사회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만약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져 민족의 구별이 모호해진다면 한인사회는 미주사회에서 더 이상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
이제 하와이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19일로 며칠 남지 않았다. 매번 선거때마다 한인들은 저조한 유권자 등록율과 투표율로 인해 주류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마침 오는 14,15일 양일간 젊은 한인세대가 주도하는 대규모 한인 유권자 등록 캠페인이 한인사회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부디 이번 유권자 등록에는 많은 한인들이 참여해 한인사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저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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