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보면 ‘에서’라는 인물이 있다.
이삭의 장남이며 쌍둥이 동생 야곱의 형이기도 한 ‘에서’는 거친 광야를 누비며 사냥을 즐기는 검소하고 소박한 인물로 그야말로 멋있고 건강미 넘치는 사나이였다.
그러나 ‘에서’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그 중요한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그릇과 바꾸어 먹는 결정적인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 결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귀하고 귀한 장손으로 태어난 에서는 하나님의 축복을 동생 야곱에게 빼앗기고 만다.
장자(長子), 결코 편하고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장자는 본인의 뜻과 희망에 의해 주어지는 선택사항도 아니다.
그래서 장자는 때론 군중속에서 고독하기도 하고, 남몰래 흐느끼기도 하고, 무작정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심정에 빠질 때도 있다.
반면에 장자이기에 다른 누구보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과 대접을 받는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아무튼 장자의 역할, 특히 한국사회에서 그 역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굳이 역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장자의 역할에 따라 가정과 집단, 사회의 질서가 잘 유지되기도, 파행으로 치닫기도 하는 것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장자의 역할을 새삼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지난달 31일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의 시사회였다.
하와이 국제영화제측이 주최한 이날 시사회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갖고 있는 영화라는 점 이외에도 9월 3일 미전역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의 미국시장 진출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작품성과 스케일 면에 있어서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전쟁의 형제애(The Brotherhood of War)라는 부제처럼 민족상잔인 6.25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형제의 비극적 운명과 형제애를 다룬 가슴 아픈 영화였다.
특히 극중 장자로 나오는주인공 이진태(장동건 분)의 목숨을 건 아우(원빈 분) 사랑 앞에서는 할말을 잃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였다.
화제를 바꿔 장자의 예를 한인사회로 돌려보자.
하와이 한인사회도 여기저기서 남모르게 장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과 단체가 다수있다.
이들이 있기에 낯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의 이민 생활이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할 수 있었다.
특히 하와이에서 한인교회의 역할과 위치는 특출났다.
그 중에서도 하와이 한인 이민사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는 한인사회의 구심점으로서 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가 동포사회의 행사나 일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한 행태를 띠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교회내부의 어려움과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가 지난 100년간 하와이 한인사회에서 쌓아온 행적과 위상이 있기에 한인사회는 장자 교회로서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와 특별한 바램을 하게 된다.
이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를 비롯한 모든 한인교회 나아가 모든 한인단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대는 바뀌어도 장자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
든든한 울타리와 시원한 그늘이 되는 장자 같은 단체가 하와이 한인사회에 보다 많이 자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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