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시장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 9일 저녁 다운타운에 있는 호놀룰루씨어터에서는 주요 시장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KHON-TV 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듀크 베이넘 후보와 무피 헤네만, 프랭크 파시 후보가 참가했다.
아직까지 각 시장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공개됐다는 말은 들은 바 없지만, 아무래도 베이넘 후보와 헤네만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재미있는 것은 키를 쥐고 있는 쪽이 베이넘이나 헤네만 쪽이 아니라 84세의 백전노장 파시라는 사실이다.
이날 TV 토론에서도 파시는 단연 두드러졌다. 한참 토론이 진행되던 중에 파시는 토론회 진행을 맡은 KHON 뉴스앵커 조 모어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나를 자꾸 미스터 파시라고 부르는데, 22년간 호놀룰루 시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파시시장이라고 불러줄 수 없겠느냐? 는 것이다. 파시는 전 대통령이 퇴임을 했어도 우리는 보통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느냐며 좀 억지스러운 논리를 갖다 붙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진행자는 처음엔 토론진행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잠시 후 ‘전 시장’으로 부르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파시는 흐뭇한 웃음으로 화답했고, 이때부터 진행자는 물론 질문자로 나온 기자들, 그리고 ‘시장경험이 없는’ 베이넘과 헤네만도 파시를 ‘전 시장’ 또는 ‘파시 시장님’으로 부른다.
파시의 기행은 그뿐이 아니다. 다른 후보들이 질문에 대해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가며 장광설을 늘어놓는 반면에, 파시의 대답은 너무나 심플하다. 쓰레기 수거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까지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며 딱 한마디로 말해 버린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머쓱해진다. 답변 시간이 남아서 추가질문을 해도 파시의 대답은 벌써 답변을 했다로 일관한다. 토론 초반에 질문자로 나선 그렉 다케야마 기자가 시장이 되면 나이 때문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파시는 오히려 질문자에게 되묻는다. 성경을 읽느냐? 모세가 몇 살에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는지 아느냐?. 나이를 문제 삼지 말 것을 우회적이지만 따끔하게 표현한 것이다. 파시는 지난 22년간 호놀룰루 시장을 지낸 특이한 사람으로 주지사에 도전하기위해 시장직을 물러났다. 그 후 주지사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이번에는 다시 시장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차에 나이를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한다면 정말 오기가 생길 만도 하다.
98년쯤 이었을 것이다. 기자는 당시에 주지사 선거캠페인 운동에 한창인 파시후보를 인터뷰 한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22년간 시장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 주지사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었다. 파시후보는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
적지않게 당황해서 이제 됐다고 그만 일어나라고 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한 20번쯤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일어나면서 더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파시가 그런 사람이다.
준비된 정답만을 읊어대는 베이넘과 헤네만 두 후보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파시 후보, 물론 그가 토론회를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TV 토론회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토론회를 방송국이 아니라 극장에서 개최한 의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용우 보도부 차장
라디오 서울 AM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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