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동포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는 과연 몇 점이나 될까.
빵점이다. 최소한 그 날 그 자리에서는 그랬다.
지난 11일 민주평통 하와이 협의회 주최로 열린 동포초청 통일 강연회 자리였다.
토요일 오후라는 시간대를 고려했을 때 제법 많은 5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장년층이었다.
남북관계에 대한 초청강사의 강연회가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댔다.
“저 양반이 구구절절 내 생각과 똑 같은 이야기를 하네” “오랫만에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야” “통일도 좋지만 너무 퍼주기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따라 이날 모인 참석자들의 목소리도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휴식 후 강사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법 처리,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 등 한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토성 질문이 터져 나왔다.
한국정부의 박수부대로 인식되어진 민주평통 통일 강연회가 시국 강연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좌익정권이다” “대통령의 화법이 너무 감정적이고 이분법적이다” “시민의식이 성숙치 않아 이런 선거결과를 가져왔다” “보수세력들이 힘을 더 결집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이 주야장천 주장한 귀에 익은 발언들이 오갔다.
수위가 조금은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강경한 발언도 거침없이 나왔다.
속내야 어쨌든 선뜻 반대입장을 밝히는 참석자는 없었고 대다수가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그렇다. 이것이 이날 이곳의 하와이 민심이었다.
물론 통일 강연회에 참석한 한인들이 하와이 한인사회의 전체 여론을 대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선에 반대하는 여론이 장년층을 중심으로 일부 한인동포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실 아쉬운 면도 있다. 이번 강연회에 생각을 달리 하는 동포들도 참석해 열린 마음으로 토론의 장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다.
이는 하와이 한인사회도 한국과 유사하게 연령과 신념을 기준으로 한 양극단의 첨예한 대립구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세상을 ‘모’ 아니면 ‘도’로 보는 이분법적인 편가름이다.
내편이 아닌 것은 모두 나의 적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또는 ‘동지’가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적’이라는 법은 없다.
다원화, 다양화 되고 있는 세상의 흐름속에서 흰색과 검은색 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가 아닐까.
회색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수구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과 사상이 민주와 평등의 기치아래 공존해야 된다. 그리고 그 길의 종국에는 조국의 평화통일과 번영이 있어야 한다.
다시 그날 그 현장으로 돌아가 차분히 짚어볼 것이 있다. 바로 대통령을 지칭하는 태도와 자세이다.
대통령을 신격화 하는 것도, 격하시키는 것도 둘 다 문제가 있다.
해외동포들에게 인기가 없고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아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민족 스스로 선택한 대통령이다.
잘못에 대한 질책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 대안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초래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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