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계 2세로 호놀룰루경찰 총수자리까지 오른 리 도나휴(61) 전 경찰국장이 생애 첫 한국방문길에 올랐다.
인천과 전주시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사진신부 어머니의 조국 방문길에는 부인 박경희씨와 딸 리엔씨가 동행했다.
리엔씨는 비행기가 마침내 한국땅에 다다르자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창 넘어 보이는 할머니 나라를 비디오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은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도나휴전경찰국장과 부인 박경희씨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말로만 듣고 사진만으로 그려본 어머니의 나라였다. 도나휴는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오랜 염원이던 어머니의 고향을 마침내 찾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모국 방문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2004년 9월, 한국은 사진신부 어머니가 늘 아들에게 말했던 그 옛날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너무나 발전해 버린 한국의 모습에 도나휴는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과 실제로 많이 다르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도나휴 가족은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유리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국에서 첫날밤을 보낸 도나휴 가족은 3일, 인천에서 열린 이민사진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고 도나휴는 전시된 한 흑백 사진속에서 어머니 이필덕씨를 발견했다. 도나휴는 기자에게 “이분이 바로 내 어머니”라고 말한 뒤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도나휴 가족은 이날 오후 옛 시청인 인천 도호부청사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딸 리엔씨는 청사에 구비돼 있는 한복을 난생 처음 입어 보며 즐거워 했고 도나휴는 손수 지게를 지어보는 등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인천시가 마련한 만찬 자리에 도나휴 부부는 전라일보에서 선사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참석해 안상수 시장 등 인천시 인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인의 피가 흘려서 일까.
도나휴는 “양복을 입을 때보다 한복을 입을 때가 더 편하고 어깨가 으쓱해 진다”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도나휴가 유난히 한복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어머니의 고향인 부산으로 달려간 도나휴는 그곳에서 큰이모의 딸을 어렵게 찾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마침내 혈육 상봉이 이뤄진 것이다.
부인 박경희씨는 이종사촌을 보고 “눈 주위가 시어머니와 닮았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도나휴는 어렵게 배운 한국말로 “누님, 사랑해요. 또 만나요”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에도 도나휴는 생면부지인 또 다른 이종사촌네 집을 찾아 방문했다. 도나휴는 “사촌이 정말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지 알고 싶어 집까지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8일 전주 이씨인 어머니의 뿌리를 찾아 전주땅을 밟은 도나휴는 경기전, 조경단 등 전주 이씨와 관련된 유적지를 둘러보고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기도 했다.
또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등 유난히 한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12일 동안의 한국 방문길.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도나휴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다고 한다.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라탄 도나휴의 얼굴에는 60여년만에 자신의 뿌리를 찾았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이 이렇게 아름답고 잘사는 나라라는 것이 가장 기뻤다”며 “온 식구와 함께 다시 한번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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