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금지’‘휴대전화를 꺼 주세요’- 런던 인근의 한인밀집 지역에 등장했다는 한글 경고판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킹스턴 시청과 경찰은 최근 시내 300여 곳에 음주 운전과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고판을 내걸었는데, ‘친절하게도’ 영어 문장 밑에 한글을 함께 써넣었다고 한다.
영국 역시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이고, 외국 유학생이며 방문객들도 많을 텐데 왜 유독 한글만 경고판에 등장했을까. 한국민의 고질적인 음주 운전 버릇이 영국에 간다고 바뀔 리 없고, 드디어는 영국사회에까지 알려진 모양이다.
두주불사(斗酒不辭)에, 취할수록 과감하게 운전대를 잡는 악습이 얼마나 널리 퍼졌으면 주영 한국대사관이 한국 신문에 ‘음주 운전 하지 말자’는 광고를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한글을 보면 고향에 돌아온 듯 반가운 법인데 몽골에 가면 그런 경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2-3년 전 몽골을 다녀온 한국의 친지가 경험한 일이다.
어느 날 현지인들의 환대로 거나하게 술에 취해서 길가에 나왔는데 마침 ‘청량리 행’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거기가 한국으로 착각한 그는 “우리 동네 버스구나”하며 손을 흔들었는데 버스가 서지를 않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몽골에서는 한국에서 폐기된 차량들을 대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차량에 쓰인 한글들을 전혀 지우지를 않는다고 한다. 몽골인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나라여서 한국과 관계된 모든 것이 근사해 보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한글이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일은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 대개 외국에서 한글이 공공장소에 등장했다 하면 캠페인 성 경고문들이다. 한반도 밖 최대의 한인 밀집지역인 남가주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한글 경고판이 등장했다.
온천장이나 바닷가 같은 여행지가 대표적인 곳들. 캘리포니아 중부의 한 노천 온천장에 갔다온 한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온천장에 가니 한글 경고문이 붙어 있는 거예요. ‘때를 밀지 마시오’라고. 한인들이 얼마나 때를 밀었으면 그런 경고가 다 붙었을까요.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침을 뱉지 말라’‘수영복을 착용하고 들어가라’등도 온천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팻말 내용. 아울러 한인들이 조개를 잡으러 많이 가는 피스모 비치에는‘조개를 함부로 잡지 말라’는 경고와 아울러 한글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다.
외국 땅에 첫선을 보이는 방식치고는 한글의 처지가 너무 안됐다. 한글의 품격을 생각해서라도 세계 각처의 한인들은 공중도덕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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