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언어의 수는 과연 몇 개나 될까.
한 민간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자그마치 약 6천8백개의 언어가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현존하는 언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사용 인구수 2천5백명을 밑돌고 있어 머지않아 이들 언어가 소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금세기말인 2100년경에는 현존하는 언어의 90% 가량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 언어의 소멸은 결코 새로운 일은 아니다. 수천 개의 언어가 이미 사라졌다.
다만 언어의 소멸 속도가 놀라울 만큼 빨라졌다는 것이 예전과 다른 차이점이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코스도 ‘세계 사멸 위기 언어지도’ 보고서에서 세계 각지에서 소수 민족의 언어와 유산이 사멸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네스코는 언어 소실에 따른 파장은 무시할 수 없는 타격으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정 언어의 소실은 해당 언어사용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원천이 사라져 고유문화 자체가 붕괴, 소멸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소멸되는 주요 원인으로 전쟁과 대량학살, 영어와 중국어의 확산에 따른 언어 세계의 약육강식, 일부 국가의 특정 언어사용 금지정책 등을 손꼽고 있다.
지구촌의 언어적 다양성이 갈수록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등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밑바탕으로 2천년이 넘도록 생명력을 이어와 문화와 언어의 밀접한 관계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문화가 언어보다 상위개념이지만 언어는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첫 열쇠이다.
문화와 언어에 대한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실례가 바로 하와이에서 일고 있는 현지 주민들의 한국 드라마 붐이다.
한국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는 현지 주민들로 하여금 한국 문화에 대한 갈증과 이해를 요구했고, 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고 애썼고 드라마 팬클럽까지 결성하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 열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술대회로 발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8, 9일 양일간 하와이대학에서 ‘글로벌 대중문화 속의 한국 드라마’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한국학 센터 세미나실이 청중들로 가득 차는 이변을 연출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보이며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새삼 실감케 해 주었다.
반면 사망선고가 내려졌던 언어가 되살아난 경우도 있다.
그 예도 이곳 하와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하와이 토속언어는 1898년 하와이가 미국에 병합된 후 미국이 학생들에게 해당언어 사용을 금지하면서 사실상 소멸됐었다.
그러나 1983년 하와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토속언어를 되살리기 위해 `아하 푸나나 레오’라는 기구를 설립, 취학전 아동부터 시작해 중학교까지 토속언어를 가르치면서 마침내 언어 복원에 성공했다.
언어의 맥을 끊기는 쉽지만 이어나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역사적 본보기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글날인 지난 9일 카카오카 공원에서 열렸던 한글 글짓기대회는 하와이 한인사회의 2세 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한글을 배워야만 하는 당위성은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논하기에 앞서 한인2세 자신들의 밝은 장래를 위해서도 이득이 된다는 단순명료한 사실일 것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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