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물론 이곳 LA에서는 대선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캘리포니아가 민주당 텃밭이다 보니 대선 후보들의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주 주민들은 사실 투표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오는 11월 선거는 전례 없는 관심과 열기가 예상되지만 실제로 캠페인 열풍이 부는 곳은 불과 소수의 접전주에 불과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남은 선거 일정도 대부분을 플로리다, 펜실배니아와 오하이오 등지에서 보낼 전망 이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22일 펜실배니아를 방문한 것이 취임 이후 41번째로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보다 더 자주 찾아갔다. 반면 부시 대통령이 매사추세츠를 방문한 횟수는 한 두 손가락으로 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텍사스는 케리 후보에게 외국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가주 주민들은 물론 오하이오 등지에 밤낮으로 쇄도하는 TV비방광고에서 해방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도 따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3년전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기 당시 에너지 기업들이 3,500만 인구에 바가지를 씌우도록 외면했던 것은 최근 플로리다에서 대선을 앞두고 허리케인 피해를 당하자 연방정부 지원이 쏜살같이 날아왔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같은 현실은 특정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지만 대통령을 선거인단수에 따라 선출하는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선거인단제도는 미국 민주주의가 막 태어난 헌법 제정 당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의견과 의회가 선출해야 한다는 견해를 타협한 결과였다.
이같은 시대착오적 선거인단제도 아래 캘리포니아는 선거인단수가 55명으로 가장 많지만 인구당 선거인단을 따지면 100만명당 1.59표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반면 와이오밍은 선거인단수가 3명에 불과하지만 인구당 선거인단은 100만명당 6.1명으로 와이오밍 유권자들의 표가 가주 유권자들보다 4배나 더 가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거인단제도는 오늘날 이미 양분된 미국을 지역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공화당 주민들이 모두 무시된 채 전체가 진보적인 ‘파란 주’로 간주되고 텍사스는 민주당 주민들이 마찬가지 신세가 되어 ‘빨간 주’로 단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승자는 미국 대통령이라기보다는 빨간 주 대통령, 혹은 파란 주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선거인단제도가 장차 개혁될 수 있을 때까지 오는 11월 2일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국민의 절반이 반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무엇보다도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정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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