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 전국민에게 손을 뻗침을 얘기하였고 존 케리 상원의원은 갈라진 틈을 치유할 것을 얘기하였다. 미국의 전통에 따라 예의 바른 제스처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부럽기도 하나,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치열했던 이번 대통령 선거가 세계사에 하나의 굵은 획을 긋는 사건이 되리라고 믿는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고려할 때,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의 만장일치라고 할 수 있는 애타는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은 소위 도덕적 가치에 준해 투표했다. 그 결과가 어떠한 반향을 가져올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미국인들의 선택은 결국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어떠한 허위의 구실 밑에서 시작했던, 그 전쟁에서 얼마나 처참한 피를 흘리며 뒤죽박죽 죽을 쑤던, 국내에서 아무리 환경을 파괴하던, 아무리 극소수의 부유층에게 80% 이상의 조세감면의 혜택을 몰아 주던, 아무리 경제가 위축되던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오직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가치관만 확고하면 된다는 것이다.
출구 조사를 통하여 거듭 확인된 바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75%가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었으며 9.11 테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근본주의 기독교 가치관을 믿을 뿐 현실을 직시할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거론되어온 근본주의 기독교 가치관은 아직까지는 낙태 반대, 수정란 및 태아 줄기세포 연구 반대, 동성애자 결혼 금지, 진화론에 대한 회의 등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갈수록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극우파 상원 및 하원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등골이 서늘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들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사고방식은 부시 대통령의 우리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한 마디 말로 대표된다. 제2의 애국법안을 필두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보수파 개혁에서 어떤 극단적인 조처들이 쏟아져 나올지 두렵다.
미국의 건국은 계몽주의 사상을 믿던 선각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이성과 관용, 개인의 자유 및 종교와 정치의 엄격한 분리에 근거하여 그들은 세계 최초의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였고, 그 이상을 쫓아 모여온 세계 각국의 이민들의 역동적인 기여 아래 세계 최강의 나라를 이루었다. 미국의 이러한 근원적인 건실함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세계 각국은 미국의 지도력을 받아들여 왔다.
미국은 이제 독립 이전 매서추세츠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그런 미국을 과연 세계인이 따라올지 의심스럽다.
17년 전 시카고 대학의 알란 블룸 교수는 ‘미국 정신의 폐쇄’(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를 걱정하였다. 내가 보기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그것에 더 나아가 미국 정신의 백치화(The Dumbing Down of the American Mind)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김철회법정 공인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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