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회계연도부터 반영될 ‘북한인권법안’ 예산 2,400만달러와 법안시행을 놓고 한인사회 일각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얼마 전 한인타운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 모임에서는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탈북자 지원단체를 급조하고 홍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셈이다. 또 일각에서는 당장 이 법안이 북한의 전체주의를 허물어 버릴 것이라는 속단도 내놓고 있다.
인권법안은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의 인권개선, 탈북자 지원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인도적 차원의 접근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이 법안이 북한을 압박하고 자극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전면적·포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자. 북한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내에는 수많은 탈북자 지원단체 및 선교단체들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내 점조직을 통해 활동하지만 항상 재정부족으로 곤란을 겪어 왔다. 그런데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면 국경은 물론 북한 내부 깊숙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고 이같은 도전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응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어느 누구도 컨트롤 할 수 없는 혼란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미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으며 항상 그랬던 것처럼 신중함을 잃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법안은 대북 협상에서 매우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초강국 미국의 손에 한반도 문제가 달려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변해주길 기대하면서 공을 넘기고 있다.
뒷 얘기지만 부시 행정부가 양자회담과 6자회담을 놓고 저울질 할 때 매파 일각에서는 양자회담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수뇌부는 “양자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 결국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시각을 읽을 수 있는 한 단면이다.
한국 일부 국회의원 또는 사회단체들이 보는 것처럼 미국이 무모하게 일방적으로 움직이지 않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세운 원칙과 장기적 전략이란 궤도에서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케리 후보가 당선됐어도 이는 불변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2,400만달러는 법안이 규정한 조건에 따라 필요한 곳에 사용될 것이다. 법안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예산의 사용처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을 갖는다면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이보다는 그간의 과정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철히 파악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법안이 없었어도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의 미 망명 러시에 대비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떠돌며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동족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미국에 사는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황 성 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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