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여성회(KAWA)소속 할머니 20여명과 에스더 김 회장등 KAWA 임원들이 퀸오브 앤젤스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을 위해 만든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준영 기자>
사랑으로 한 땀 한 땀 ‘천사들의 옷공장’
한미여성회 할머니 20여명 17년동안 미혼모·아기 위한 옷·담요 만들어
LA한인타운 북쪽‘퀸오브 앤젤스 병원’1층 현관 옆 400스케어피트 남짓한 작은방에 있는 6대의 재봉틀은 숨돌릴 틈이 없다. “타타타다닥, 타타타다닥…”재봉틀 소리에 묻힌 이 작은 방은 지난 17년간 미혼모와 저소득층 아기를 위한 사랑 공장이었다.
지난 23일 아침에도 한미여성회(KAWA)소속 할머니 20여명은 아기 옷 30개와 담요 15개를 짓느라 부산했다. ‘소장파’김영숙(67)할머니부터‘장년파’권정옥(85)할머니까지 매달 두 번 찾아오는 봉사 시간이 황혼의 가장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발의 천사들’은 지난 87년 전 미드윌셔 YWCA 소속으로 이 병원에 첫 둥지를 틀었다. 창립 회원 김정옥(78)할머니는 “병원에서 옷을 만드는 유대인 할머니를 따라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사를 하던 유대인 할머니 모임의 리더가 사망한 후 유대인들의 봉사활동은 흐지부지 돼버렸고 대신 한인 할머니들이 짐을 짊어졌다.
지난 97년 병원에서 할머니들에게 천을 지원해주기까지 KAWA 할머니들은 자비로 봉사를 이어나갔다. 할머니들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낀 병원은 점심과 파티 등을 열어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는 KAWA 소속의 할머니 25여명이 ‘굿 사마리탄 병원’으로 분가해 사랑의 온정 퍼뜨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할머니들이 만드는 아기 옷은 올망졸망하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첫 대면이 할머니들이 만든 옷이다. 이 옷 덕분에 아기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종이 베넷저고리 대신 연분홍색 옷을 입고 사람의 온정을 느낀다. 한미여성회 에스더 김 회장은 “돈이 있는 분들은 밖에서 사온 옷을 아기에게 입히지만 미혼모, 저소득층 등은 아기 옷 살 돈이 없어 병원에서 제공하는 종이 베넷저고리를 입힌 채 병원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 한올 한올에 정성을 들여 만든 옷이지만 정작 할머니들이 옷을 입고 즐거워하는 아기를 본 경우는 드물다. 병원 자원봉사 담당팀이 옷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아기에게 직접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정욱(70)할머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만으로 보람된 일 아니냐”며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봉사를 시작한 지 17년. 벌써 이 방에서 아기 옷을 함께 짓던 할머니만도 15명 이상이 세상을 등졌다. 김정옥 할머니는 “함께 하던 친구들의 빈자리를 볼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다시 연말을 앞둔 KAWA의 한인 할머니들은 새 생명의 옷을 지으며 그 온기가 한 생명에게 전해지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이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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