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들 스웨터 뜨는 김순옥 주부
김순옥씨(51·요식업)는 요즘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크리스마스 전에 받아볼 수 있도록 스웨터를 뜨느라 손이 무척 바쁘다.
그녀가 처음으로 대바늘을 잡아본 것은 6세 소녀 적. 한글도 깨우치기 전 대바늘을 잡은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지대했다. 그녀의 부친은 전형적인 한국형 아버지는 결코 아니었다.
손재주가 유난히 좋은 그는 대나무를 깎아 뜨개바늘을 만들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뜨개질의 놀라운 세계로 그녀를 인도했다. 대바늘을 만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뜨개질에도 능했던 그는 직접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에게 대바늘뜨기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 가정 시간에 하얀색 레이스 뜨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아버지 덕에 아직 배우지도 않은 무늬뜨기를 해보여 선생님의 칭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짧은뜨기, 긴뜨기, 꼬아뜨기, 손가락 넣어 고리 만들기, 조개 무늬뜨기 등 아버지의 손은 실을 엮어가며 마법을 부렸다. 가정 선생님에게 한 번 배운 것을 도통 다시 해낼 길이 없는 친구들은 그녀 곁에 모여들어 고난이도의 무늬뜨기를 사사받았다.
이렇게 뜨개질을 시작한 그녀가 결혼해서 살림하며 바늘을 놓았을 리가 없다. 바늘과 실은 말 그대로 그녀의 분신 같은 것으로 그 폭신한 느낌은 그녀의 슬픔과 아픔을 모두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한 코, 한 코 뜨개질을 할 때.
결혼 초기, 아내가 자기보다 뜨개질을 더 좋아한다는 질투에 사로잡힌 새신랑은 아내의 대바늘을 부러뜨려 장롱 위로 던지기도 했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늘을 찾다가 새 것을 구입하고 대청소를 하던 어느 날, 장롱 위에 부러져 있는 대바늘을 보며 그녀는 남편의 섭섭한 마음을 헤아리기도 했다.
아이들 어릴 때는 목도리, 모자, 장갑, 스웨터는 물론이요 코트에 원피스까지 모두 떠서 입혔다. 온갖 집안 살림에 식당 일도 하고 있지만 워낙 손이 빨라 지금 짜고 있는 아들의 스웨터 같은 건 일주일이면 완성한단다.
올해 78세인 아버지는 7년 전, 시력이 좋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얀 색 면사로 여름 용 니트를 떠서 어머니에게 선물하기도 한 애처가. 아들의 스웨터가 완성되면 이제껏 따뜻한 털실 같은 사랑을 담뿍 퍼 주기만 하셨던 아버지를 위해 멋진 조끼를 하나 뜰 계획이다. 털실에 엮인 사랑은 그렇게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었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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