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은 정말 바쁘게 지나간다.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하고 의욕 넘치는 나이에 이민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지나 이제는 흰머리가 절반이다.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부러 망각하며 지내온 것 같다. 아이들도 이제는 다 성장하였고 늦기 전에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는 일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버리고 여유와 감사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물들어 버린 물질 우선 주의에서, 성공의 척도를 재정적인 우위에서 찾는 어리석음에서, ‘자녀교육을 위하여’ 라는 약간은 위선적인 탈에서, 상대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이기적 사고에서 벗어나 조물주와 주변의 사람들과 사회와 국가를 조금씩 더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고 싶다.
오랜만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걸어서 불과 4-5분 정도면 큰길을 벗어나 전원 주택 사이를 달려 볼 수 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짐짓 놀란 체 한다. 못 생긴 데다 칙칙한 색깔, 바보 같은 눈망울의 어미 소 곁에 귀엽지 않은 송아지가 따라 붙는다. 맑은 공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켜 본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20-30분이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인데도 한 달에 몇 번 못 나와 본다.
오솔길 사이로 승마를 즐기는 몇 사람이 보인다. 높이 말안장에 앉은 뚱뚱한 아줌마의 반듯한 자세에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어린아이들의 표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뚝뚝 떨어진다. 잠시 눈만 돌리면 볼 수 있고 잠시 생각만 바꾸면 그 즐거움과 행복이 우리의 것이 되련만. 아쉬움 속에 다시 달려나간다.
살기 좋은 남가주의 아름다운 전원 도시에서 새로운 하루를 열어 간다. 이민자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심호흡을 해본다.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이 스친다.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생의 목표에 충실할 때이다.
박영혜/치노 힐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