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로교(PCUSA)의 태평양 노회 소속 교회중 재정적으로나 교인 수로나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교회 중의 하나가 지금 분쟁에 휘말렸다. 그 사건을 해결하려고 지난 3일 저녁 모임이 있었다. 큰 교회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임시 노회는 한인 교회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해당 미국교회가 약 2년 전부터 노회 내의 목회위원회와 갈등이 있었고, 급기야는 교회가 건물을 사고 팔 때 당연히 노회와 접촉해야 하는데도 단독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약 8년간 명 설교로 교회를 부흥시킨 현 담임목사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만 독주한다며 상당 숫자의 교인들과 부목사들이 노회에 불만을 접수시켰다. 목회위원회가 도우려 하였지만 실패하자 이날 임시 노회가 열려 행정치리 위원회를 파송하는 문제, 그리고 담임목사와 행정목사의 파직을 논의하게 되어있었다.
그날 해당교회에서는 양측 교인들이 150여명 참석했다. 노회는 경비직원들까지 동원했고 담임목사는 자신의 변호인까지 대동한 상태였다. 우선 양측의 교인들은 언권을 얻기 위해 6시30분부터 등록을 하였다. 대부분의 발언자들은 즉흥적으로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지 않고 발언내용을 이미 써왔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양측의 발언을 듣기 전에 노회 서기가 공청회 규칙을 말하고 사회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여기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자는 목적이 아니고 교회를 좀 더 잘 섬기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교단 신학교의 교회법 교수가 회의 규칙과 노회법에 관하여 설명을 했고 목회위원회는 그간의 경위를 설명한 후 장장 90분 동안 진행된 공청회 시간에는 양측에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한명당 꼭 2분간만 발언을 하였다.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로 발언 제한 시간을 보여주는 기계를 사용하여 누구나 공정하게 시간이 분배되었고 야유나 박수소리도 자제하는 절제된 회의였다.
어느 흥분한 교인이 “자유의 나라에서 왜 환호를 못 하느냐”고 했을 땐 노련한 사회자는 즉각 “퇴장 당하고 싶으냐”고 응수했다. 아멘으로 훈수를 드는 측에도 “순수한 의도가 아니므로 그만 두라”고 엄중히 경고하여 장내의 소란을 방지했다.
그리하여 행정치리위원회 파송의 건은 기립투표로 결정하고 담임목사와 행정목사의 파직에 관한 투표 전에는 당사자들로 하여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발언하라는 아량을 보여줬고, 그들도 결과에 순종하겠다고 약속했다.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두 목사 모두 파직을 면했지만 향후 노회 파송 행정치리위원회의 지도를 받아야만 한다는 결정이 났다.
참으로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너무나 성숙하고 은혜롭게 진행했다. 교회 내분에 휩싸인 한인 교회들이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김영경/윌셔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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