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진<주부>
링링링링 버내나폰, 딩동딩동 도내나폰---. 이쯤되면 슬슬 목젖이 보일듯하고 비브라톤까지 들어가는 나의 노래를 들으며 아이는 깔깔대고 웃기 시작한다. 처음 몇 소절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고, 그 다음 몇 소절을 들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려지는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다. 그의 노래는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에, 각운으로부터 이끌어낸 우스꽝스러운 운율, 이빨을 닦는 등의 교육적인 내용, 봄 날에 촉촉히 젖은 새의 그림을 보는 듯한 시적인 감상, 자연 친화적 가사 등으로 가득 차 있는데, 굵고 약간의 허스키를 가진 목소리와 선명한 발음이 참 좋다.
래피(Raffi Cavoukian)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를 쓰고 콘서트를 여는 children’s singer이며 song-writer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토론토를 거점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던 그의 주옥 같은 앨범들은 골드(gold)와 트리플 플라티늄(triple platinum)을 기록했으며 전체적으로 12만개 이상 넘게 판매되었다.
미국에 와서 놀란 점은 아이들을 위한 노래만을 만들고 부르는 전문적인 가수나 그룹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부모들이 영어 교육용 비디오로 선호해왔던 위 씽 시리즈나 바니 외에, 지난 해 페어런츠 쵸이스 상을 수상한Charlotte Diamond, Hap Palmer, Bobby Susser 등 지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호주 출신으로 제일 돈을 많이 벌어들인 사람은 헐리우드의 유명한 배우 니콜 키드만이 아닌 천진난만한 웃음과 춤으로 아이들의 노래를 만들며 부르는 4명의 남자 그룹인 더 위글스(The Wiggles)였음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이 미국 문화의 상징인 헐리우드 영화보다도 더 탄탄하고 깊숙히 가족 중심의 문화(Family-Oriented-Culture) 에 자리를 잡아왔던 결과였다.
여기서 자란 한국인2세들을 바나나라 부르는 이유는 겉모습은 한국 사람이지만 사고 방식이 미국적이기 때문이란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도 그 미래의 장벽을 때론 걱정해 보지만, 오늘도 펴진 발음으로 열심히 영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우리 아이를 깔깔거리며 웃게 만들고 있고, 아이는 꼬부라진 발음으로 꼬부랑 할머니를 부르며 눈물 나도록 나를 웃기고 있는 한 우리 사이의 공통 분모가 더욱 커져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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