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 발발 후 최대 규모…국영TV “미국·이스라엘 테러요원이 방화” 주장
▶ 트럼프 “하메네이, 이란 떠나려는 듯…팔레비 만나는 건 적절치 않아”
경제난과 민생고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시위대가 모였고, 대학생과 노조 등의 합류로 지난달 28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시위는 9일 오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날 오후 8시에 다시 대규모 인원이 거리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 진압과 충돌로 지금까지 45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란 당국은 전국의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차단해 국민들의 외부 소통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 시위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AP·AF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란 곳곳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대의 영상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테헤란 서부 주요 도로에서 대규모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과 같은 구호를 외쳤고, 북부 타브리즈, 동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 등에서도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시위대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겨냥해 "세예드 알리는 무너질 것", "팔레비 왕조가 돌아올 것" 등과 같은 구호도 외쳤다.
이런 구호는 이란에서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체제의 철권통치 하에서 그간 절대 금기로 통하는 것들이었다.
남부 쿠체나르에서는 시위대가 2020년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실권자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동상을 끌어내며 환호하는 모습이 잡혔다.
대학생, 노동자들도 동참했다. 테헤란의 아미르 카비르대는 학생들의 시위 참가로 기말고사를 일주일 연기했다.
대규모 정유·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칸간의 노동조합은 파업에 돌입해 반정부 시위에 합류했다며, 보안군의 발포로 많은 조합원이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에너지 수출이 최대 수입원인 이란에서 석유 시설 가동 중단은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시위는 22세 여성이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당국에 끌려가 살해된 사건에 반발해 2022∼2023년 이어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활동가 뉴스통신'(HRANA)는 이란 31개주 총 348개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1979년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는 시민들에게 8일과 9일 오후 8시 시위에 참여해달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왕세자는 "거리로 나와 단결된 전선으로 여러분의 요구를 외쳐라"라며 "이슬람 공화국과 지도자, 이란혁명군에 경고한다. 세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신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 탄압은 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홀리 대그리스 선임연구원은 팔레비 왕세자의 시위 참려 독려에 대해 "시위의 흐름을 바꿨다"며 "소셜미디어 포스팅에 따르면, 이란 국민들이 현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해 달라는 이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AP에 말했다.
대그리스 연구원은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세계가 시위를 보지 못하게 하고 보안군이 시위대를 살해하는 것을 숨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오전 8시 방송에서 이번 시위 발발 이후 첫 시위 관련 보도를 통해 시위대의 폭력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승용차, 오토바이,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 버스 등이 불에 탔다고 전했다. 다만 사상자 수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영TV는 또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러 요원이 이 같은 방화와 폭력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유혈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란 내 인권 단체 '이란 인권활동가들'(HRAI)은 시위가 92개 도시로 확산하면서 최소 2천76명이 체포되고 최소 3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IHR)은 이란 시위 발발 후 보안군이 미성년자 8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의 시위대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7일에만 1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아바단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한 여성이 눈에 총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란 언론과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보안군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8일 리얄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테헤란 시장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뛰쳐나가면서 시작됐다.
상인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미국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국민들을 죽이기 시작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팔레비 왕세자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으로서 현시점에서 그를 만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모든 사람이 무대에 나서도록 하고 누가 부상하는지 보자"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떠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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