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공방이 고조되면서 또다시 북핵이 한반도에 위기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으며, 영변의 5MWe 원자로에서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꺼냈다고 발표했다. 그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그들의 말대로 핵 무기고가 강화될지 모른다.
위험한 ‘핵 게임’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북한을 ‘압살’하기 위해 적대정책을 추진하니 북한은 ‘자위’를 위해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 정말 완성된 핵무기가 있는지, 있다면 몇 개가 있는지 외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원료는 갖고 있지만, 핵무기를 제조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이러한 ‘핵 모호성’의 카드를 벼랑끝 전술을 통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먼저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의 장래를 위협한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북한 스스로에게 더 많은 위협을 초래한다.
셋째, 따라서 북한은 조건만 맞으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 또는 폐기할 것이다.
넷째, 한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섯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동북아에서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가정들을 전제로 북핵문제의 다차방정식을 풀어보자. 먼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대북비난을 6자회담 불참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적대관은 냉전체제 아래서 주어진 상수였다. 미국 때문에 ‘남조선 해방’에 실패한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의 우두머리’로 부르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한 미국에 북한은 때때로 접근을 시도했다.
특히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면서 북한은 그 ‘적대국’ 미국을 통해 체제유지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따라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한반도 비핵화를 정말 원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이 미국을 그토록 비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한국, 중국 등이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설득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자기의 마음에 안 든다고 상대방을 욕하고 그 상대방이 자기를 욕한다고 협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협상을 하겠다는 의사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국제사회가 언제까지 북한의 억지논리를 인내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스스로의 입지만을 좁힐 뿐이다. 다음으로 미국이 할 일이다.
미국은 탈냉전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서 세계의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에게 협상의 여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은 전쟁의 방지이며, 그 기반은 강건한 안보태세의 유지다. 북핵문제와 관련 한국의 최대수단은 주변국과의 협력이며, 꾸준한 설득과 경제적 능력이 부차적 수단이다. 그러나 우정 있는 설득은 때로는 얼굴을 붉히는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요컨대 북핵문제를 푸는 다차 방정식 해법의 요체는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참가국들이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여 타협하려는 자세를 보인다면 북핵문제는 해결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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