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왼쪽)·듀크 최 두 형제가 여름방학을 맞아 웨스트 LA의 주택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엄마 미셸 최(가운데)씨의 작업을 돕고 있다. <이승관 기자>
방학맞은 두아들 이끌고 공사판 나가는 미셸 최씨
리모델링 현장
카펫 갈고
페인트 칠하고
시간당 8달러
“아이들이 방학 내내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집안에서 게으름 피우는 것보다는 땀흘려 일하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느끼고 돈의 소중함도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여름방학을 맞아 두 아들을 먼지투성이의 막노동판에서 일을 시키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새로운 대화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엄마가 있다.
차압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하이로우 인베스트먼트’사를 운영하고 있는 미셸 최씨.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플러튼 칼리지에 재학중인 큰 아들 앨버트군과 라하브라 세노라 하이스쿨 11학년이 되는 막내 듀크 군을 모두 주택 리모델링 공사판에서 일을 시키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방학이라고 늦잠을 자고 집안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두 아들이 엄마일을 돕는다면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일 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티격태격하며 다투기만 하던 두 아들이 ‘막노동’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자 서로 협력해서 일할 줄도 알고 엄마가 밖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가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또 땀 흘려 일하면서 살아있는 인생체험을 하도록 해주고 싶었죠”
최씨는 두 아들을 여름방학 두 달 내내 이 리모델링 공사판 먼지구덩이 속에서 막일을 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동의 신성함도 알고 타인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최씨가 두 아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는 이유란다.
지난 주 엄마로부터 시간당 8달러씩 주급 400달러씩을 받은 앨버트·듀크 형제도 밤이면 정신없이 곯아떨어질 만큼 피곤하기도 하지만 엄마 일을 돕는다는 생각에 즐겁게 일을 해내고 있다.
“엄마가 돈을 짜게 주시긴 하지만 돈은 상관없어요. 엄마 일을 돕는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형 앨버트의 말이다.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는 줄 알았지만 직접 엄마와 함께 일해보니 엄마를 좀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다른 곳 아르바이트보다 엄마가 시간급을 짜게 주는게 좀 불만이지만 공사판 철거잡역부도 엄마일 돕는 것이어서 문제없단다.
여느 방학과는 다른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동생 듀크. 낡은 카펫을 뜯어내고 빛 바랜 페인트를 벗겨 내고 떼가 찌들어 색깔조차 보이지 않는 타일을 새 것처럼 깨끗이 닦아 내는 것은 물론 집 이곳 저곳에 튀어나와 있는 못을 빼내는게 주로 하는 일이지만 용돈도 벌고 엄마 일도 돕고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 아들이 낑낑대며 카펫을 걷어내는 것을 바라보는 최씨는 “아이들을 공부하라고만 내몰고 싶지 않고 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부모도 자녀들을 잘 알게되고 자녀도 부모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긴 여름방학을 자녀들과의 살아있는 체험대화의 장으로 활용해 볼 것을 권해보고 싶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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