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국 쉐필드 대학에서 열린 유럽 한국학 학자들협회(AKSE) 컨퍼런스에 참석하였다. 한국학은 철학, 역사, 지리, 문학, 미술, 음악, 종교, 언어 등 한국에 대하여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국학은 재미 한인으로서, 뿌리교육 내지는 우리 문화 알리기를 사명으로 삼는 이가 아니더라도 2세들이나 외국인 등 누구에게나 한번쯤 전도사처럼 열심히 내가 권해온 전공학문이며 그리하여 내게는 태어남의 의미를 또 다른 차원에서 깨닫게 한 학문이다.
컨퍼런스는 참석 학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놀랍게 많았다. 그러나 한국학에만 초점을 두어서 인지 아주 오붓하였다. 컨퍼런스 분위기는 엄숙할 만큼 진지하였으나 반면에 컨퍼런스 시간외에도 매일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오순도순 계속된 대화 내지 토론은 시종 화기애애하였다.
150명의 참석자들 중에서 대다수 유럽측의 학자들 외에 미국 측의 대여섯 명의 학자들과 동유럽, 러시아의 학자들이 보였는데 한반도 학자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지난해 평양 사회과학원에서 있었던 협조, 협력이라는 주제아래 세계 한국학 컨퍼런스에서 만난 북한 학자들이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역시 유럽에서나 있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바람직하게도 남한의 한국학 학자들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대학에서 자리잡고 각종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시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각종 문화 행사를 활발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어느 팀은 한국 지도를 인터넷에 데이터화하여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지리, 역사, 문화를 다방면에서 한꺼번에 또는 따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범해 보였는데 말할 나위 없이 인기를 독차지하였다. 이 인터넷 지도의 사용자가 임의로 데이터를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찐빵 속의 단팥일 것이라는 아주 중요한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유럽측 학자들은 한국의 조선시대, 근대화와 식민지 시대, 현재의 IT문화 등, 주제는 어느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것들과 비슷했으나 보는 시각과 풀어나가는 논술 전개방식이 아주 달랐다. 역시 유럽 학자들의 생각의 흐름은 뿌리가 깊은 곳에서 우러나고 있는 듯하였다.
백종민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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