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61)가 28일까지 사흘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TV 앵커 출신 로런 산체스(55)와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다. 아마존 창업자인 그의 자산은 320조 원도 넘는다. 첫날 마돈나델로르트 성당에서 열린 환영 파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MS 창업자 빌 게이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곤돌라를 타고 참석했다. 결혼식 본식은 산조르조마조레 성당에서, 피로연은 중세 선박 건조장에서 열렸다. 도시의 명소를 통째로 빌린 ‘세기의 결혼식’ 비용은 최소 4,000만 유로(약 625억 원)로 추산된다.
■ 부자가 자기 결혼식에 돈 좀 쓰겠다는 걸 나무랄 필요는 없다. 경제효과가 1조5,000억 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적잖은 비판도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를 ‘부자들의 놀이터’로 상품화한 데 대한 반발이다. 운하를 건너는 리알토 다리엔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많은 외지인이 찾는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과 물가 폭등에 지쳐 있던 현지인은 ‘돈으로 도시를 사려 한다’며 분노했다.
■ 배우 원빈과 이나영은 10년 전 강원도 정선의 청보리밭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신랑의 고향 들판에 자리한 민박집을 빌린 뒤 양가 친지 50여 명만 초청하고 야외 가마솥을 걸어 삶은 국수를 대접한 것. 총비용은 110만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관료와 식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전국 평균 2,100여만 원, 강남은 3,400여만 원이다. 다만 가격 공개를 거부한 예식장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더 크고, 1억 원에 가까울 때도 있다는 게 현장 이야기다. 그럼에도 코로나로 문을 닫은 예식장이 많아 1년 전 예약도 힘들다고 한다. 식대가 비싼 호텔 결혼식엔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도 고민이다. 그러나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허례허식이 아니라 두 사람의 단단한 마음일 것이다. 마침 서울시도 1호 공공웨딩홀 ‘피움서울’을 열었다고 한다. 실속 있고 작은 결혼식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박일근 / 한국일보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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