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LA 한국교육재단에 100만달러를 기부했을 때 나의 취지는 이 재단이 우리 2세들의 뿌리교육에 중점을 두고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한국 정부의 감사를 받으며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미국에서 남매를 키우며 엄마로서 꾸준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이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아이들을 주말 한글학교에 보내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려주려 애를 썼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의 독특한 예법, 다도 등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한국의 풍습과 문화 전반을 체계적으로 교육 시켜줄 기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취지로 민족교육관을 건립한다는 보도를 지난 1996년 가을 접했다. 건립위원회에 한인사회 인사들 13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분들이 몇백달러씩만 내면 상당한 기금이 되겠구나 싶었고, 기금모금 행사가 끝난 후 모자라는 액수를 내가 보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행사 후 발표된 모금액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일보에 전화를 해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교육영사였던 한정근 교육관과 김지수 이사와 회의를 하면서 나는 두 가지를 확인 받았다. 새로 건립되는 기관은 2세 뿌리교육을 위한 기관이며 한국 정부가 감사를 하는 재단이라는 사실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원을 하고 감사를 한다면 내가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후 서울에서 주로 체류하다가 이번에 와서 보니 교육재단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2년 전 한미교육재단을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배우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흡족하였고 보람도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LA 한미교육재단은 2세들에게 한국의 얼을 심어주는 민족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우리 2세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루빨리 개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이 교육재단의 강당을 이용해 음악회 등 그들이 하고 싶은 행사들을 쉽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도 성금을 내면서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나를 포함한 LA 한미교육재단의 이사들은 지난 수년간 봉사했지만 재단의 결산보고를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어느 단체든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고 그 재정을 투명하게 커뮤니티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재단 ‘두 동강’ ‘양분’ 같은 말들이 더 이상 언론에 등장하지 않아야 하겠다. 교육재단은 10달러, 100달러등 동포들의 소중한 성금이 모여 만들어진 기관이다. 지금의 분열상은 당시 성금을 낸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LA 한미교육재단이 2세 교육이라는 미래 투자를 위해 지금까지의 갈등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본래 재단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어 타민족과 한인사회에 모범이 되는 교육재단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귀중한 2세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어른들의 싸움에 더 이상 희생될 수가 없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시간이 모자란다.
김정실
LA 한미교육재단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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