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장인, 시어머니와 아버지 한꺼번에
“앞으로 어찌…” 기막힌 부부
“복지센터 노크했지만
소셜번호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통곡
◎…숨진 김씨와 현씨의 자녀인 한씨 부부는 한꺼번에 어머니와 장인, 시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숨진 현씨의 딸 한모(45)씨는 사건 당일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던 에스크로 허가가 나와 사인하기 위해 남편과 집을 나섰다”며 “아버지(현씨)도 기분 좋게 집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몸이 불편하신 상태에서도 걸어 나와 손까지 흔들어 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씨 부부는 “두 부모님의 초상을 한꺼번에 치르게 됐다”며 “거동이 불편하셨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인한 뒤 목숨을 끊었다는 경찰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씨 부부는 숨진 김씨의 치매 증세가 악화되고 거칠어지자 인근 병원과 복지센터, 한인 단체들에 여러 차례 도움을 청했으나 김씨가 영주권이나 소셜 번호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들 한씨는 “어머니가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받아줄 수 없다”는 노인복지센터도 있었다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을 라이산스 없는 집에서 모신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하는데 받아주는 곳은 없는데 어쩌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씨는 “유리창도 부수고 문도 부수는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는데 맡아주는 곳이 없으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비즈니스도 접었고 부인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사회를 원망했다.
‘치매 가정’의 비극
김씨 병세 악화로 가족들 큰 고통
사돈 현씨 우발적인 범행 가능성
이번 사건은 아들집에 의지해온 치매환자 김씨와 몸이 불편하면서도 안사돈을 보살펴온 현씨 간의 우발적 사건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기관 위탁이 절대적인 중증 치매환자의 비극이기도 하다. 미 치매재단(AFA)에 따르면 미국내 치매환자는 420만~580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치매환자를 가족들이 돌본다면 풀타임으로 4명은 있어야 할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 김씨는 치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청력에도 지장을 받는 등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가 하면 한집에서 지내던 사돈 현씨를 때리는가 하면 아들과 며느리의 팔도 물어뜯는 등 거친 행동을 보였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김씨의 며느리 한모(45)씨는 “집에서 아버지를 보자마자 낯선 사람이라고 구박하기도 했다”며 “시어머니가 귀가 잘 안들려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를 질러야 할 정도였는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세번씩 집에 찾아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손자와 지내던 김씨는 병세가 악화되자 작년 11월 미국에 사는 막내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 왔다.
<배형직·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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