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감시의 눈
여객기 하루 2,000대 이착륙
충돌 위험 줄이기‘안간힘’
이용객 보안불편 이해 당부
27일 오후 2시 LA공항 북쪽 활주로. 햇볕으로 달궈진 활주로를 내달리는 비행기의 거대한 소음만이 귓전을 때릴 뿐 번잡한 공항 특유의 냄새는 찾을 수 없었다.
이날 LA공항 초청으로 이뤄진 LA공항 언론사 초청 투어는 ‘일반인 출입금지’지역이 주는 폐쇄적 느낌만큼 색다른 기분을 불러왔다. 황량한 아스팔트 위에 피어 있는 한 무더기의 파리한 꽃들이 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항 안내자는 “1991년 2월 34명의 사망자를 낸 비행기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심어졌다”며 곡절 많은 꽃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공항 내부의 정적은 만남과 이별로 떠들썩한 이들을 위한 긴장의 또다른 이름이다. 28일에도 LA공항에서는 두 대의 비행기가 충돌 직전까지 갔던 아찔한 사건을 겪었었다. LA공항은 대형 항공기인 A-380의 입항을 앞두고 공항 확장 등을 통해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이미 들어갔다.
1961년 현 모습을 갖춘 LA공항은 10년 동안 90억달러를 들여 공항 확장과 보안시설 확충에 들어간다. LA올림픽 때 부분 개조를 제외하곤 화장을 해 본 적 없는 노후한 공항을 ‘9.11테러’와 공항 입항 비행기 감소가 등을 떠민 격이다.
2000년 하루평균 2,140대가 입항했던 LA공항에는 소형비행기 이용객 증가 등으로 2004년 1,791대만이 입항했을 뿐이다.
‘9.11테러’가 남긴 흔적은 LA공항에도 구석구석 남아있다. 공항 인근 교통상황을 전하는 AM 530 라디오 상황실은 13대의 카메라가 보내오는 실시간 동영상을 받아본다. 줌 인(Zoom In)을 할 수 있는 카메라는 세세한 모습까지 낚아챈다. 테러 전 개인 신상보호를 위해 경찰에 화면제공을 하지 않았던 공항측은 이제 경찰이 요청할 경우 이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테러 공포가 하늘을 뒤덮는 가운데 일부 관광객은 강화되는 보안에 불만 섞인 말을 쏟아놓기도 한다. 하지만 LA공항의 한 보안책임자는 “외국인의 대부분은 여행사를 통해 비행 예약을 한다”며 “이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름뿐이다”란 말로 보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테러 공포와 노후한 몸을 이끌고 있는 LA공항의 고민은 ‘일반인 출입허용’지역으로 다가올수록 왁자지껄한 여행객의 웃음소리에 묻혀 버린다. 적막과 긴장, 떠들썩한 웃음소리 중 어느 것이 LA공항의 진짜 모습일까.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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