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형씨가 어얼리마트의 자택에서 5년간 소중히 보관해 온 북한 농과학자들과 찍은 기념사진과 유엔북한대사관을 통해 왔던 팩스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승관 기자>
북한이 식량위기를 겪으며 세계 국가들로부터 원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지난 2000년 당시 북한 농무성 산하 농과학원의 김삼룡 부원장 등 고위 농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의 한인 농가를 방문, 10일간 농사기법을 배우고 각종 종자도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방문은 당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의 국제적 지지를 얻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토니 홀 연방하원 의원(민·오하이오주)의 주선으로 북미간에만 극비리에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북한 농과학자 초청을 제안하고 체류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며 농업기술을 전했던 유복형(72·베이커스필드)씨가 5년간 비밀로 지켜오다가 지난 23일 본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유씨는 “당시는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베이커스필드 한인들에게도 내막을 설명할 수 없었다”면서 “이젠 시간이 충분히 지난 것으로 판단해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씨가 다니던 교회의 장로가 백악관에서 열렸던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일을 계기로 토니 홀 의원과 친분이 생겼고, 북한을 방문하며 인도적 지원을 역설하던 홀 의원에게 유씨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북한 농과학자들의 방문이 성사됐다.
총 7명의 과학자들은 2000년 3월7일부터 9일간 베이커스필드 45마일 북쪽 툴레어 카운티 어얼리마트의 유씨 농가에 머물며 캘리포니아에서 재배에 성공한 각종 작물의 품종을 둘러보고 콩, 아몬드, 목화 등 일부 종자를 가져갔다. 또 이들은 UC데이비스에서 열린 농업 컨퍼런스에도 참석, 잭 월레스 박사로부터 조생종 벼 종자와 감자 종자들을 받기도 했다.
유씨는 “허름한 집이었지만 이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면서 “방문이후 연락도 오갔고 종자도 여러 번 보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과학자들의 방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비자문제 때문에 결정부터 실행까지 몇 주가 걸릴 예정이었지만 미국무부의 적극협조로 하루만에 비자가 나왔으며 이근 당시 유엔북한대사가 유씨와 연락을 취하며 방문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근 대사는 현 외무부 미국국장으로 현재 중국에서 열리는 6자회담의 실무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유씨는 “개성공단에 들어가 미국의 잉여 농산물을 사료로 이용해 양계장을 세워보는 것이 소망”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6자회담이 잘 마무리돼 분위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