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핵 문제에 작으나마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켜보았지만 시원한 소식은 없었다.
애당초 이번 회담은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사전 협의가 있었던 점등으로 보아 이전 회담보다는 좀 소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조금은 흥분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큰 성과가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북한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열강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 막대한 돈과 노동력 그리고 위험천만의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핵을 개발한 북한은 ‘우리는 핵을 갖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표를 하고 있다. 물론 핵 보유를 발표할 때까지는 주위 국가들의 반응을 충분히 분석 검토했을 것이고 또 거기에 대응해서 얻는 득과 실을 계산했을 것이다.
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있자 회담만 열리면 북한 핵문제는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북한이 요구한 쌀을 실은 트럭이 끝도 없이 북으로 달리고 남쪽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꼬리를 물고 북을 향해 가는 모습, 북에 전기를 공급할 송전탑의 위용, 곧 개통된다는 남북 철도, 남북 장성급 회담의 모습 등 온통 신문과 방송 화면은 이런 것들로 채워지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려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언동은 우리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초조해 하거나 흥분하는 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오랜 시간을 끌어 상대를 피곤하게 하고 초조하게 한 다음 요구조건을 제시해서 득을 보는 회의 진행방법을 잘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전쟁을 종식시키는 휴전협정은 자신들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간을 지루하게 끌어 많은 득을 보았다.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 회담의 성과가 곧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한다. 혹 약간의 진전이 있어도 호들갑을 떨지 말고 진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나머지 문제들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자.
회담에 임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각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한국은 화약을 머리에 얹고 있는 상태여서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6자 회담이 성공한다고 해도 북한에 보상(?)해야 할 나라 중 한국은 0순위 내지 1순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도 아니고 ‘호들갑’도 아닌 침착하고 품위 있는 민족이라는 평을 받아보자.
원동희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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