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스캔들을 남겼다. 흔히 ‘블랙 삭스 스캔들’이라 불리는 월드시리즈 승부조작 사건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도 남을 정도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수두룩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17년부터 3년여 동안 거의 무적의 팀으로 군림했으나 절대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3승5패(당시 월드시리즈는 9전 5선승제)로 패했다. 그런데 추후 이 시리즈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잭슨을 비롯한 8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야구계에서 영원히 축출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 스캔들은 당시 화이트삭스 구단주 찰스 코미스키가 어쩌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구두쇠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한다. 코미스키는 당시 선수들이 거의 종신계약으로 팀에 매어 있는 점을 악용, 팀 선수들의 연봉을 형편없이 짜게 묶어두었을 뿐 아니라 유니폼 세탁비까지도 선수들에게 청구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처우에 분개한 선수들은 도박사들의 유혹에 넘어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이 바로 ‘블랙 삭스 스캔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참가한 8명이 선수들이 적발돼 법정에 출두했다가 나오는 순간 한 소년이 자신의 영웅이었던 조 잭슨을 향해 안타깝게 외친 “조,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Say it ain’t so, Joe...)”라는 한마디는 팬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너무 잘 대변한 말로 아직도 미국역사에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다.
메이저리그는 지금 또 다른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복용문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이 문제는 올해 초 전 슬러거 호세 캔세코가 자서전에서 전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를 비롯한 대부분 슬러거들이 스테로이드를 상습 복용했다고 폭로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고 결국 지난 3월 연방의회에서 이 문제로 청문회까지도 열렸다. 바로 그 청문회에서 자신은 생애 단 한 번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적이 없다고 손가락을 휘두르며 맹세하듯 외쳤던 수퍼스타 라파엘 팔메이로(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테스트 결과 체내에서 초강력 스테로이드가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10일간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며 팬들은 다시 한 번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철저하게 배신당한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사실 청문회에서 맥과이어 등 다른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복용여부에 시인도 부인도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여 팬들을 실망시킨 반면 팔메이로는 자신의 결백을 명쾌하게 외쳐 팬들에게 가장 위안을 준 선수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팬들의 배신감은 오히려 몇 배로 더 커졌다. 사실이 아니라면 차라리 입이나 다물고 있을 것이지…. ‘아니라고 말해줘요’라는 외침이 거짓말을 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팔메이로에게 팬들은 뭐라고 할까. “더 이상 아니라고 하지 말아요(Don’t say it ain’t so anymore)”가 아닐까.
김동우
레저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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