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널린 무료 게임·학습 사이트에 밀려나
올해 여섯살인 에드워드 바스케즈 주니어는 교육적인 장난감을 많이 갖고 있다. 산수는 플래시카드, 알파벳은 ‘립패드’로 배우지만 집에 있는 컴퓨터는 학습 목적으로는 거의 쓸모가 없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많이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버지 에드워드 바스케스의 말은 몇년 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2000년에 가정용 컴퓨터에서 사용할 교육용 소프트웨어 매출은 4억9,800만달러였고 투자가 및 교육자들은 컴퓨터용 학습 프로그램이야말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여겼는데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시장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5년전 5억달러 시장규모
지금은 1억5천만달러 불과
소매매장서도 입지 좁아져
업계 회생 아이디어 고민
교육용 소프트웨어 ‘리더 래빗’ 화면.
수학, 독해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및 백과사전 같은 참고서용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매출이 2004년에는 1억5,200만달러로 떨어진 것이다.
그 사이에 어린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가르치기도 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이 경쟁적으로 나온 데다 그중 다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된 이유중 하나다. 컴퓨터 학습 게임의 첫번째 대상이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요즘 인터넷에는 무료 게임및 학습 사이트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으므로 ABC를 가르치려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아울러 초고속 인터넷 접속의 보급으로 온라인 게임을 하기도 훨씬 쉬워졌다.
취학전 및 초등학교 연령 어린이들은 ‘립프록 엔터프라이즈’가 만드는 ‘립패드’ 같은 휴대용 기기나 ‘피셔-프라이스’ ‘V텍’ 같은 회사가 만드는 전자 장난감을 더 많이 가지고 논다. 더 큰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백과사전이나 참고서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일이 없어졌다. 또 유아들을 위한 간단한 프로그램은 시간이 가도 제목이나 내용이 별로 달라질 것이 없으니 아우들이 물려 받아 사용하기에 지장이 없으므로 새로 살 이유가 없다.
업계 분석가들은 부모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를 귀찮아 하고, 이제는 학교 교실마다 컴퓨터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아이들이 굳이 집의 컴퓨터로까지 공부하고 싶어하지를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용 소프트웨어 업계는 몰락 일로를 걸어왔다. 2004년에 1만장 이상 팔린 교육용 프로그램은 222개 뿐으로 2001년의 447개보다 크게 줄었다. 판매가 줄기 시작하자 소매점의 진열 공간 마저 점점 좁아져 업계의 입지 회복 노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시장 탈환을 위해 인터넷에 연결시켜 아이가 얼마나 발전했나를 알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부모들이 교육용 도구 및 서비스에 그 어느때 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용구및 장난감에 대한 전반적인 지출도 증가했지만 개인교습에 지불한 돈은 2004년에 40억달러로 그 전해의 34억달러보다 많아졌다.
그런데 그중에서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때 보다 작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또 그 많은 소프트웨어들 중에서 가장 값이 싸다. 2004년에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평균 가격은 18달러로 컴퓨터 게임의 평균 가격 23달러보다도 낮았다.
‘리더 래빗’ ‘카멘 샌디에고’ 같은 저명 타이틀을 생산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중 하나였던 ‘러닝 컴퍼니’가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보면 업계 현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업계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지난 1998년, 장난감 회사 ‘마텔’에 38억달러에 팔렸던 이 회사는 곧 이어 시장 형편이 나빠지면서 2001년, 교육용 타이틀만 아일랜드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리버딥’에 4,000만달러에 넘겨졌다. ‘리버딥’은 ‘러닝 컴퍼니’라는 브랜드로 계속 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관심사를 반영하여 제품을 업데이트시키고 있다.
지난 주에 포장이 바뀌어 새로 나온 ‘리더 래빗’과 ‘카멘 샌디에고’에는 구식 교육용구인 플래시 카드가 들어 있다. 아이들이 컴퓨터에서 배운 것은 보충해주기 위해서다. ‘리버딥’의 제시카 린들 부사장은 플래시카드는 내년에 더 크게 변화되어 출시될 소프트웨어의 예고편이라고 말한다. 장차 나올 소프트웨어는 학생의 필요를 평가하고 부모에게 아이의 발달 상황까지 알려줄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읽기 프로그램인 ‘리더 래빗’의 경우 어느 단계를 매스터하지 못한 아이는 그 단계를 복습하게 된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샀지만 이제는 그 제품의 목적에 걸맞는 결과를 거둬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 렌튼의 토픽스 엔터테인먼트가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원하는 부모들을 겨냥해 제작한 ‘석세스’라는 소프트웨어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것이지만 알록달록한 만화 주인공 하나 없이 그저 하얀 상자에 담겨 있고, 내용은 읽기, 산수 및 기타 학과목들이다.
소비자 시장에서 고전하기는 학교용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 예산이 삭감되면서 초중고교의 소프트웨어 구입예산 역시 줄어들어 2001년에 34억달러였던 것이 2004년에는 2억달러로 줄었다.
그런가하면 ‘베스트바이’ 같은 소매 매장에서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면적도 크게 줄었고 일부 비디오 게임 업소에서는 아예 이 카테고리를 없애 버리기까지 했지만 아직도 아동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있다. 고속인터넷 접속 덕분에 보다 풍부한 내용이 전달될 수 있으므로 개인용 컴퓨터를 통한 학습 프로그램은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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