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김주찬 기자>’애니 깽’으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한인 이민 역사는 한국인의 해외 이민사에 ‘불운의 이민사’로 남아있다. 올해로 이민 100주년을 맞은 멕시코에서는 지난 5월 성대한 기념행사 등을 벌였지만 한국과 단절된 이민의 안타까운 전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1903년 시작된 하와이 이민과 달리 멕시코 이민은 단 한차례로 끝났다. 또 정치적, 지역적 이유로 고립된 멕시코 한인 이민 후세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잃어버렸다. 초기 멕시코 이민사와 현재의 멕시코 한인사회의 모습을 담아봤다. <편집자>
1. 멕시코 한인 초기 이민사
멕시코시티의 재 멕시코 대한민국 한인회에는 ‘한인후손회’라는 사무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인 이민 3세인 다빗 김 회장이 있는 곳이다. 8일 이곳을 찾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으로 김 회장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다빗 김 회장은 독립 유공자 김익주 선생의 손자로 한인 이민 100주년 행사를 하면서 한인 이민 후손 대표로 영입이 되었다. 한인회 관계자는 그러나 김 회장이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고 귀뜸했다.
멕시코 한인 이민은 지난 1905년 4월4일 인천 제물포에서 1,033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거짓 광고에 속아 황금 신화의 부푼 꿈을 안고 출발했다. 영국 국적의 ‘샌 일포드’호를 타고 41일간의 태평양 항해끝에 5월8일 멕시코 서남부인 살리나 크루스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철로로 멕시코만의 남쪽 관문인 코앗사 코알코스를 거쳐 유카탄의 동북단 항구인 프로그레소, 유카탄의 수도 메리다(Merida)에서 25개 이상의 농장으로 분산됐다.
멕시코는 중남미의 관문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3번째로 큰 나라다. 한인 이민자가 멕시코로 건너가게 된 동기는 유카탄에는 에네켄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하는 섬유로 밧줄이나 노끈 등을 만드는 원료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당시 에네켄을 대량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노동인력을 충원하면서 노예와 같이 이들을 부려먹었다. 미국의 한인 이민과 달리 국제적으로도 단절된 이곳에서 한인 이민자들은 한일 합방을 거쳐 나라잃은 국민으로 고립됐다. 1921년에는 한인 일부가 쿠바로 제2의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한인 이민자들은 초창기 동족혼을 고집하기도 했으나 소수 집단이라는 한계와 멕시코가 혼혈사회라는 배경때문에 현지 문화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혼혈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상실로 이어지게 됐다.’에네켄’ 한인 후손들은 3세와 4-5세로 내려오면서 순수 한인 혈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파악하고 있는 멕시코 한인 후손은 대략 1만여명이다. 이중 일부는 법조계와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절대 다수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 막노동을 하면서 중하류층에 머물고 있다.
이민 100주년 행사를 계기로 한인사회와 에네켄 후손들과의 교류가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후손들은 유카탄의 메리다 지역 등에 머물고 있다. 혼혈 사회에 적응하면서 외모는 물론, 한국어와 한국문화도 대부분 잃어버린 상태다.
2. 멕시코 한인사회
’멕시코는 한인들에게 여전히 기회의 나라입니다.’
90년대부터 멕시코에 이민 온 한인 1세들은 주로 멕시코시티 등에 거주하면서 2세들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재 멕시코 한인회(회장 이광석)에 따르면 멕시코에 거주하는 순수 한인은 멕시코 시티의 1만여명을 포함, 1만5,000여명이다.
한국계 지상사는 70-80개사가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에는 한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의 한인들이 멕시코 경기 호황으로 몰려와 3-5만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빠져나간 상태다.한인 1세들은 주로 의류와 잡화, 전자부품 등의 도소매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멕시코시티의 중심가인 소나 로사(Zona Rosa)와 폴랑코(Polanco)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는 식당과 주점 10여곳과 교회 10곳, 식품점 6-8곳 등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한인 비즈니스는 한국 동대문 시장의 10배 이상 규모인 센트로(Centre)에서 잡화와 의류업을 하고 있다. 멕시코 한인회의 이대성 총무부장은 이곳에 300-350여곳의 한인 업소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인 업소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계의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그는 또 멕시코 경기의 하락과 정치 변화의 민감함으로 큰 재미는 없지만 생활만족도가 높으며 아직도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인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등 현지인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갖고 있다.
김재현 OKTA 지회장도 인건비가 한국의 3분의1 수준이고 물가도 싸기 때문에 생활하기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멕시코 한인들은 보수적인 멕시코 사회 분위기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이광석 한인회장은 멕시코 연방정부는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10년이상 거주해야 영주권 취득 자격을 주는 등 보수적인 이민 정책을 갖고 있으며 동양인에 대한 일부 배타적 시각도 한인들이 넘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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