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문정희(1947- )‘추석 달을 보며’중에서


우리들의 어머니는 달을 보고 빌었다. 그 달은 떠놓은 정한수에만 담긴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마음속에 찾아들어 언제나 자식들의 길을 환히 비추는 소원이 되었다. 그 소원은 어머니 떠나신 지 오래되었어도 어두움을 밝히며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이 되어주고 우리들의 힘줄이 되어주어 잘 살아가게 하고 있는 것이리라. 추석이 되면 생각나는 부모님, 그리운 사람들이 더 보고 싶어진다.

문인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