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완(가운데)씨가 공항을 나오고 있다. <신효섭 기자>
“내가 탄 비행기가 고장이라니
착륙직전 부모님 얼굴 떠올라”
친구를 만난다는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30분. 임종완(28)씨는 비행기에 설치된 위성TV를 통해 자신이 탑승한 비행기에 문제가 발생했단 뉴스를 접했다. 미묘한 적막을 깨뜨린 것은 몇몇 여성의 울음 소리였다.
세 시간 동안의 죽음의 사투를 펼친 제트블루 292편에 탑승했던 임씨는 긴급 뉴스를 알리는 비행기 바깥 세상과 달리 비행기 내부는 차분함을 유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씨는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한 승무원들 덕분에 큰 동요는 없었다”면서도 “비행기 내에서 뉴스를 보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되더라”며 죽음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소감을 담담해 말했다.
퇴로를 잃은 비행기에 전세계의 눈이 집중될 때 비행기 내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온함을 유지했다. 임씨에 따르면 옆 자리의 2명의 한인 등 승객들은 잠을 청하거나 태연히 책을 읽었다. 가족과 통화하려는 사람들의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점만이 일상과 달랐다.
비행기가 부산해지기 시작한 때는 착륙 직전. 승무원들은 착륙에 앞서 비행기 후미에 무게 중심이 쏠려야 한다며 짐을 옮길 것을 승객들에게 지시했다. 승무원에 지시에 따른 승객 누구도 뒷바퀴 착륙의 위험함과 기장의 필사적인 노력을 눈치채지 못 했다.
비행기 착륙 1분 전인 6시18분. 침착했던 임씨의 머릿 속에 여동생과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이 연이어 스쳐 갔다. 임씨는 “세 시간 동안 별 느낌이 없었는데 착륙하려니 순간 긴장이 되더라”며 고요 속에 갇힌 승객들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오후 6시19분 비행기가 LA국제공항의 활주로에 몸을 맞닥뜨렸다. 임씨는 “오히려 비행기가 내릴 때 일반 비행기보다 더 부드럽게 내리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얀 연기와 푸른 불꽃이 튀기는 긴장감을 승객들은 느끼지 못 했다.
임씨는 “가족들이 할머니께서 기도를 해줘서 무사할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더라며 방그레 웃었다. 곧이어 임씨는 세 시간의 공포가 없었다는 듯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다시 제트블루에 탑승한”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LA에서 태어난 한인 2세 변호사인 임씨는 스캐든 로펌에서 근무하며 KYCC에서 일하는 준 임씨의 오빠이기도 하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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