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 다니면서 친구들 사이에 듣고 또 들으면서도 너무나 재미있었던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어떤 친구가 들려준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다.
재미교포 2세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난 마이크는 대단한 이야기꾼으로 전통적인 한국 아버지인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곤 했는데,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우리들도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 재미있었던 이야기 중에서도 다음 이야기는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마이크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직장에서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실 때마다 제일 먼저 “오늘도 우리 아들 일등 했니?”라고 그에게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게 물어보시는 것이 아버지가 아들한테 보내는 인사였던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마이크는 아버지의 그런 인사성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마이크가 당황한 것도 당연한 것이 유치원에서는 등수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마이크는 매우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자기가 다닌 초등학교 역시 등수를 매기는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일등’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에도 마이크는 항상 A학점만 받았지만 학교에서 등수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일등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고, 따라서 계속되는 아버지의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방법이 없었다.
틈틈이 마이크는 아버지에게 한국 학교와는 달리 미국의 초등학교나 중학교, 심지어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등수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마이크의 설명은 들으시려고 하지 않았고, 오직 아들이 ‘일등’인지 아닌지만 관심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한국 부모님들이 지나칠 정도로 학점과 ‘일등’에 집착하는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생의 등수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 학부모들은 미국도 똑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한국 부모들은 자녀의 학점과 학년 석차에 지나친 염려를 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 미국 대학에서 입학 사정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입학제도의 특징을 잘 모르는 부모들이 좋은 고등학교에서 일등을 한 자신의 자녀가 지원한 대학에서 떨어진 것에 심한 충격을 받고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매년 여러 건 있다.
이런 분들이 간과하는 것은 미국에는 고등학교만 3만8,0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인데, 그렇다면 대학 입학을 놓고 경쟁하는 고등학교 수석졸업생 수만 해도 3만8,000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하버드를 지원한 고교 수석졸업생 가운데 80%가 매년 불합격한다는 점이다.
또한 필자가 인터뷰를 해 본 학생들 가운데 가장 재미없고 관심이 안가는 학생들 대부분이 바로 고등학교를 일등으로 졸업한 학생들이었다는 사실도 학부모들은 잘 모른다.
필자가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면서 어떤 고등학교에서 일등을 한 학생 대신에 7등이나 15등을 한 학생을 합격시킨 경우가 흔히 있었다.
인성, 개성, 열정, 카리스마, 창의력, 사고력, 성숙도 등이 명문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학업 능력 이외에 중요시 여기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교사의 추천서나 인터뷰 리포터, 그리고 학생 자신이 쓴 에세이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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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 엄<보스턴 아카데믹컨설팅그룹 창립자겸 수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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