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이런 저런 사연으로 헤어졌던 혈육이 수십년 후 만나는 장면은 언제나 눈물바다다. 독일과 프랑스에 입양됐던 한인들이 2, 30년 후 생모와 가족을 극적으로 만나는 내용을 지난 주말 비디오로 접했다. 주변에 입양사례가 흔하고 해외입양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시선이었는데도 내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입양서류 속의 아기사진 한장, 한국 이름, 입양직전 보호시설 이름등 소중한 흔적을 총동원하여 TV에 나와 호소했고 수십년전 잃은 자식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던 생모들이 마침 본 것이다. 방송국은 한국의 생모가 입양된 자식이 살고 있는 현지를 방문해서 첫만남을 갖게 주선했다.
한눈에도 한국인일 수 밖에 없는 얼굴이지만 완전한 외국인인 이들은 그동안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엄마!’를 외치며 엄마를 향해 뛰었다. DNA테스트를 거쳤다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이들은 붕어빵이었다.
2살위 오빠와 프랑스로 입양됐던 여성은 울기만 하는 생모를 만난 소감을 “나는 엄마를 닮았다고 이제 말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24년만에 처음 본 엄마와 저리 가까워질 수 있을까 할 정도의 밝은 그 여성도 “되도록이면 한국인은 한국서 살게 해주세요”라며 숨겨온 아픔을 드러냈다.
양부모 학대로 가출, 고아원과 노숙자로 전전하며 여동생과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던 그녀의 오빠, 28세 청년은 오랜 상처의 세월만큼 굳은 얼굴이었다.
가난한 집 장애자로 태어나 길을 잃은 후 독일로 입양됐던 39세의 남성은 자신의 얼굴보다 장애로 타고 난 손을 부비고 입맞추며 “내 새끼가 맞아요, 얼마나 고생했을꼬 “하고 통곡하는 엄마를 오히려 달랬다. 의연한 그도 사실은 생모를 만나기 직전에는 부들부들 떨며 결국 진정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미안한 마음에 머뭇거리는 엄마를 향해 “엄마! 엄마!”를 외치며 유난히 긴팔을 흔들며 달려가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이들에게는 생모나 가족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아무리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다해도 성장과정 어디선가 입양아로서의 자괴감, 서러움, 차별 경험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제 성인으로써 이들은 지난 환경에 대한 원망, 분노보다는 혼란 속에 단절된 과거를 복원하여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가족을 찾는 것이었다.
영화 후반부만 보면 전반부를 다시 봐야 하듯 이들은 과거 어디서 뚝 끊어진 필름을 잇기 위해 가장 축이 되는 엄마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의 고아주인공이 부자할아버지를 만난 인생역전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또 자신들이 ‘소공녀’처럼 원래는 잘나갔던 신분이 나락에 떨어졌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축복 속에 태어나지 못했다거나 또 부모의 파경, 경제적 궁핍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로 내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그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가족찾기에 합류한 것이다.
200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입양과정에 대해 대부분이 ‘이해한다’고 했다.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해서도 85%가 호감을 보였다. 생존한 생부모를 찾았거나 가족의 내력을 알게 된 입양한인들은 삶에 좀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영원히 다시 헤어진다 해도 마음이 든든하다는 것이다
통계로 보면 1954년 전쟁고아 입양으로 시작됐던 해외입양 역사가 50년이 넘으면서 한인해외입양인구는 20만명 가량 된다.
비록 최근이지만 이들의 뿌리 찾기가 봇물을 이루고 ‘고아수출국’ 오명을 감수했던 한국도 이제는 이들을 귀중한 해외인력자원으로 보고 지원하고 있다. 또 해외 입양케이스는 줄어들고 국내입양이 증가세라는 뉴스도 바람직하다.
장애아가 거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해외입양 케이스는 거의 70%가 미국행이다. 그런 만큼 한국 TV에 나와 생부모를 찾는 사람도 대부분 미국서 살고 있다. 그들의 뿌리 찾기에 같이 힘을 보탤 수는 없을까.
이정인 국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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