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독립 못한 애어른 어떻게 할까
성인은 자신의 짐을 자기가 진다. 자신의 일은 자기가 결정하며 모든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이 책임을 진다. 걱정되는 일을 견디어 나가며 죄책감도 감수하고 자기의 행실도 지배 조정한다. 이런 성인으로 기르기 위해 부모들은 나무 기르듯 자식농사를 짓는다. 큰 보답없는 장기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지는 않는 이 장기투자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연방농무부에 따르면 미 중산층 가정이 자녀 한 명을 17세까지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18만4000달러. 여기에 4년제 사립대학 학비가 또 16만달러이다. 요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원도 가야하고 직장에 안착할 때까지 아파트 값도 대납해 줘야 할 경우도 있다.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애어른들, 부모가 어디까지 뒷돈을 대줘야 하며 어느 선에서 잘라야 하나 ?
25~34세 400만여명 부모와 동거
지나친 금전 지원은 성숙 가로막아
부모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간이 점차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주택연구를 위한 조인트 센터가 2002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5~34세 인구의 400만명 가량이 아직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의 패턴이 이런 쪽으로 흐르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학사학위 취득기간이 평균 5년일 정도로 대학 다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다가 대학원 진학률도 전 세대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대학원 재학 중에는 급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인턴 등을 하는데다가 졸업 후에도 당장 커리어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꾸물대는 기간이 있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값에 의해 사회 초년병이 내 집을 장만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처럼 이유가 꼭 자녀 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대에 비해 부모들이 돈도 있고 집도 넓은 편이다. 게다가 애어른인 자녀와 한집에 사는 것을 그리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젊음의 문화가 유입돼 좋아하는 부모도 많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리타의 카운슬링 심리학교수 제럴드 리 샤피로는 “이유야 수십 가지도 될 수 있겠지만 지나치면 아이들이 영영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위험부담을 부모가 안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부모들도 혼돈하고 있다. 유럽에서 발표된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부모의 지원이 많은 젊은이 일수록 직업을 찾는데 더 긍정적이고 야심적이며 모험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지적은 영국 캠브리지대학 사회심리학자인 테리 앱터가 쓴 ‘성숙의 신화’(The Myth of Maturity)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오늘날 인간에 대한 관심의 자리를 돈이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물질적 지원은 자녀를 영원한 애어른으로 하향조정할 위험을 안고 있다. 노후대책도 충분히 서있지 않은 빈둥지 족에는 더욱 그렇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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