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체면 보다는 정을....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사람들이 쓰던 인사말. 이제는 잊혀진 인사말인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인사말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뉴욕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식사하셨어요?’ 쓰고 있는 것을 본다. 그것도 비교적 젊은 세대들에게서 이 인사말을 받을 때 이 말에서 묘한 향수까지 서린 정이 넘쳐났다. 식사 중에 누가 찾아오면 같이 먹자고 먹던 밥상에 그저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요.” 하
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흠 없는 정의 표현이 아닌가한다. 이런 정서는 식당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 단둘이건 단체이건 또 친구사이이건 비즈니스 때문이건 식당에서 각자가 계산하는 일은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인관계에 미묘한 갈등도 빚어지곤 한다. 진짜 배가 고팠을 때에는 체면상 절대로 ‘식사 안 했어요’라고 하지 않는 것이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즉, 지나친 정과 또한 지나친 체면이 종종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런 한국 부모들 사이 자라난 아이들이지만 커가면서 미국 스타일로 바뀌어 있는 것은 참 신기하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딸과 아들이 가끔 일요일 저녁에는 둘이 만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했다. 오누이가 사이좋으니 참 좋은 일이다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저녁 값은 누가 내냐고 물어보니 각자가 낸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의례히 누나가 남동생 저녁을 사줄 줄 알았다. 아니면, 여름 방학 때 누나 보다 돈을 많이 번 남동생이 누나 저녁 값 정도는 내줄 줄 알았다.
우리가 흔히 ‘Dutch Pay’라고 하는, 식당에서 각자가 먹은 거 각자가 내는 식을 미국사람들은 ‘더치로 하자(Going Dutch)’고 한다. 우리에게 체면문화가 있는 것처럼, 미국 사람들도 무조건 자기 것은 자기가 내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 전에는 꼭 데이트 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식당에 남녀가 같이 왔을 때는 당연히 남자가 돈을 냈다. 여자에게는 음식 값이 적혀있지 않는 메뉴판을 따로 줄 정도였다고 한다. 자주 모여서 식당엘 가는 친구들이라면 따로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이 서로지간에 편리한 일인 것이다. 암만 에티켓을 따진다 해도 그럴수록 우리의 값진 문화인 정(情)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 아침에도 얼마간 못 만난 친지에게서 느닷없이 ‘아침이라도 같이할까 하구요..’하는 전화를 받고는 흐뭇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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