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목소리 하나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거장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어느덧 칠순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나 젊은 여성들을 보면 아직도 눈에서 불꽃이 인다.
작별공연 순회여행의 일환으로 12일 오클랜드 노스하버 스타디움 무대에 서기 위해 뉴질랜드에 도착한 파바로티(70)를 회견한 뉴질랜드 헤럴드 기자는 11일자 기사에서 파바로티에 대한 첫인상을 그렇게 썼다.
헤럴드 기자는 딱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의 팔뚝, 짙은 눈썹과 얼굴의 거의 절반쯤을 뒤덮은 새까만 수염은 아직도 젊은이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검은 색 셔츠위에 걸친 오렌지, 자주, 초록, 분홍색이 뒤섞인 숄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정열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파라로티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몰려든 뉴질랜드 언론사 기자들과 회견을 하면서 젊은 여기자가 뉴질랜드에 대한 인상을 묻자 정말 당신은 아름답군요.....그리고 이 나라도...라고 대답했다.
여기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는 정열적인 이탈리아인들이 그렇듯이 불꽃이 반짝이는 듯 했다.
젊은 소프라노 시모나 토다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레온 마기에라 등 일행들에 둘러싸인 채 기자들을 맞은 그는 공연을 앞둔 심경에 대해서는 언제나 기대감으로 설레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무척 떨린다고 고백해 거장의 인간적인 면모도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일생 동안 첫 공연만을 해왔다면서 무대에 설 때마다 과거에 했던 것은 싹 잊어버리고 항상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는 느낌으로 노래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현재에만 정신을 몰두해 불만스럽거나 후회할 일 같은 것은 전혀 남기지 않고 정열적으로 노래만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공연하는 소프라노 토다로에 대해 신인이나 마찬가지지만 내 고모가 토다로의 할머니이기 때문에 같은 피를 나눠 가진 사이라며 그녀의 재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순회공연 여행에는 부인과 2살 반 된 딸은 물론이고 파바로티의 어린시절 고향 친구도 3명이나 동행하고 있는데 평생을 함께 사귀어온 어린 시절친구들은 매일 아침, 그리고 공연을 앞두고 파바로티와 카드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홍보 관계자는 카드 게임이 좋은 것은 목소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목소리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 파바로티는 꽤 까다로워 공연은 휴식을 위해 반드시 3일 정도의 간격을 두어서 하고, 꽃은 무대는 물론이고 분장실에도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근처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담배 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바람이 불거나 먼지가 이는 날은 밖으로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는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며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15일 전까지도 정말 아름답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모의 여기자가 손에 넣지 못해서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지자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당신이라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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